정치 통일·외교·안보

[단독]정부, 미국과의 세탁기 반덤핑 WTO 분쟁서 승소

-WTO, “미국의 표적덤핑 제로잉기법은 협정 위반” 판정

-미국의 제로잉 관행에 종지부…삼성, LG 등 국내가전업체 대미 수출 청신호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조치 관련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정은 ‘표적덤핑’에서의 ‘제로잉’ 기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제로잉 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판례가 될 전망이다. 국내 가전업체의 대미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제로잉이란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업체들의 대미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경우는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마진율을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18일 이번 건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WTO 재판부(패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과정에서 택한 덤핑마진 계산방법 등이 WTO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WTO는 또 미국에 대해 WTO 협정에 맞게 반덤핑관세 부과조치를 시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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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TO 판정으로 미국은 더 이상 제로잉을 비관세장벽으로 이용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제로잉 기법이 WTO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수입한 전체 물량이 아닌 특정 시기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표적덤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제로잉 기법으로 마진을 계산하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었다.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정은 미국의 제로잉을 관 속에 넣어 마지막 못질을 한 셈”이라면서 “제로잉이라는 관행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가전 및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자 미국 정부는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만들어 이를 견제해왔다. 미국 상무부는 2012년 말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덤핑 최종 판정을 내리고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해 9.29%, LG전자 13.02%, 대우전자 82.4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의 대미 세탁기 수출이 크게 감소했으며, 생산물량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 지난 2013년 8월 미국을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했고, 이번에 WTO 재판부의 판정이 나오게 됐다. 판정 내용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된 후 내년 3월경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공식 발표 직후 미국이 WTO에 상소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결정이 유지될 지는 불투명하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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