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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卿)이 창조한 가상의 명탐정 셜록 홈스는 항상 인간을 관찰하는 데서 추리를 시작했다. 발자국이 패인 깊이와 간격으로 범죄자의 체형을 추측하고 바지와 상의가 접힌 자국을 보며 인물의 심리를 읽었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관찰이야말로 홈스가 명탐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삼성전자에도 명탐정 홈스의 후예들이 숨어 있다.
홈스(Holmes)의 이름을 따 스스로를 '홈즈팀'이라 부르는 이들의 역할도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방대한 인체공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가전'을 만든다는 포부다.
지난 6일 찾은 삼성전자 수원본사 내 홈즈팀 연구실. 평범한 가정집 내부처럼 꾸며진 공간을 열감지 카메라 같은 각종 특수 카메라들이 포위하고 있다. 사람들을 벽 너머로 지켜볼 수 있는 미러룸도 갖춰져 있다. 홈즈팀을 이끄는 배아현 삼성전자 수석은 "사람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라며 "꼭 이곳이 아니어도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어디든 우리의 연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홈즈팀의 팀원들은 직접 가사노동을 하면서 자료를 축적한다.
세탁·요리·청소를 할 때 근육과 뼈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성별이나 나이·상황에 따라 그 움직임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감지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이다. "같은 작업을 수백 번 반복하다보니 팀원 가운데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홈즈팀 소속 정영주 삼성전자 책임은 너스레를 떨었다.
팀원 외에도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임직원들, 수시로 모집한 일반인들이 모두 데이터를 제공하는 '연구 대상'들이다. 홈즈팀은 여기에 전 세계에 설립된 삼성전자 라이프 스타일 연구소와 협업하거나 대한인간공학회 등 학술기관으로부터 인체의 행동방식에 대한 국내외 자료를 지원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해 6주 만에 국내 판매량 1만대를 넘긴 버블샷 애드워시 세탁기는 홈즈팀이 선행개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첫 작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보름 만에 6,000대 판매를 돌파하고 삼성 드럼세탁기 판매량 중 70%를 넘길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홈즈팀 소속 박상현 삼성전자 책임은 "세탁 도중 세탁물 추가 투입을 위한 작은 창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만 개가 넘는 인체 자료에 기반한 아이디어"라면서 "세탁기 도어 버튼만 해도 두살배기 아이는 열지 못하지만 성인 여성은 가볍게 열 수 있도록 손가락 힘에 대한 남녀노소별 데이터를 수백개씩 모았다"고 말했다.
홈즈팀의 궁극적 목표는 삼성전자 내부에 인간의 행동·심리를 총체적으로 종합한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천만~수억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홈 시스템과의 연계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홈 시스템의 토대인 센서를 활용하면 가전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에 대한 천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방대하게 축적할 수 있다.
배 수석은 "여태까지 가전 회사들은 제품에 탑재한 첨단 기술만 강조해왔을 뿐 제품이 어떻게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어줄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삼성전자가 빅데이터를 토대로 보다 인간을 배려하는 가전 브랜드로 진화하는 것이 홈즈팀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