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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정책금융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책자금 지원 규모에 비해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퍼주기식 지원 및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 정부가 정책금융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금융 시장은 중소기업들에 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 할 수 있다.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으로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보증기관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보증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인데 정책금융의 88%가 보증이다. 어떤 형태든 퍼주기식 지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이 대부분 상환해야 하는 융자(대출) 형태로 공급되고 있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퍼주기식 지원이라면 보증기관이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가 급상승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상환이 필수적인 융자 지원을 퍼주기식 지원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책자금 지원 규모에 비해 효과가 미흡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금융이 필요한 분야가 금융 시장 접근이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영세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다. 혹자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술평가에 기반한 기술금융이 활성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 가능성을 예단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증 위주의 정책금융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금융기관들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일이 다반사여서 정부의 보증지원에 의존하게 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대한 오해를 푸는 동시에 정책금융의 집행 및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금 지원의 한도제, 지원 횟수 제한 등 이미 도입된 졸업제와 일몰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에 대한 성과 분석 및 엄격한 사후관리로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제2단계 구축작업이 완료된 중소기업지원 통합관리 시스템을 올해 말 완료해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대한 심층적 성과 분석은 물론 지원 정책의 쏠림 현상과 특정 기업이 장기간 수혜를 누리는 것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이나 판로 확대 등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여전하고 소수 유통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영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의 연쇄 부도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우선 정책금융을 대신할 수 있는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 및 기능 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