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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회'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지난해 택배를 이용한 횟수다. 1년 전보다 3.2회 더 늘었다. 그만큼 택배는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16억2,325만개, 매출액은 약 4조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택배 물량이 해마다 1억개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특히 중국은 택배 천국이라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택배 물량은 140억건을 돌파,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200억건을 넘어서고 매출도 40조원에 육박한다니 '택배 굴기' 위력이 실감 난다. 택배가 물류혁명의 총아로 떠오른 데는 신속·정확성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감성으로 다가오는 택배서비스만의 매력도 한몫했지 싶다. 택배가 배달된다는 연락을 받으면 왠지 기분이 좋은 게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자신이 직접 주문한 상품이든, 가족·친지 등 다른 누군가가 보내준 물건이든지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는 듯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택배 하면 설렘·기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택배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택배 포비아(phobia)'라고 할 만하다. 중국에서 최근 택배 소포에 담긴 폭발물이 이틀 연속 터져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다. 보복이나 묻지마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 중국 전체가 택배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올 5월 미국에서 보낸 탄저균이 택배 트럭에 실려 주한미군기지로 배달되더니 6월에는 태아의 주검이 택배로 배송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금 택배시스템은 배송품을 속여 해코지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위험한 물건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는 구조라니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택배를 받는 설렘·기쁨까지 사라지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