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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디자이너의 옷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스트리트 패션'에 패션업계가 열광하고 있다. 마니아층 위주로 길거리 문화를 표현하는 의류와 소품들이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젊은층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브'가 아닌 '주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 편집숍·온라인 등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전통 스포츠·아웃도어 업체까지 제도권 밖 마니아층 중심의 스트리트 패션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강남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트리트 패션 전문관인 '파미에스트리트'를 열었다. '스펙테이터', '리타', '라이풀' 등 정통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만 전체 매장수의 절반에 달하는 40여개를 입점시켰다. 신세계 관계자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하는 고속터미널역 일대에 독특하고 젊은 감성의 공간을 표방했다"며 "백화점이 길거리 매장을 대거 유치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코오롱FnC와 LF는 대형 편집숍에 해외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를 일찌감치 들여와 스트리트 패션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코오롱FnC가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올려 명물이 된 커먼그라운드에는 '에바쥬니', '어패럴라운지' 등 56개 스트리트 패션 매장이 둥지를 틀었다. LF의 편집숍 어라운더코너에도 '스투시', '챔피온', '콜드캠프' 등 30여개 매장이 들어섰다. 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숍으로 성장한 무신사도 걸출한 스트리트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아디다스-칸예웨스트', '엠엘비-KYE', '리복-메종키츠네' 등 전통 스포츠 업체와 아웃도어 업체들까지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스트리트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블랙야크의 경우 미국의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다이아몬드서플라이와 손잡고 아웃도어와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이처럼 스트리트 패션 전쟁이 가속화한 것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던 스트리트 패션문화가 국내에 빠르게 유입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케이블TV의 쇼미더머니 등 힙합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력으로 브랜드별 스토리텔링이 쉬워지면서 대중과의 접점이 급속도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패션을 거부하는 '놈코어', '에슬레저' 등이 지속적으로 유행하면서 '자유로움', '믹스매치' 등을 강조하는 스트리트 패션이 함께 인기를 얻었다는 견해도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드한 명품백보다 몇만원짜리 에코백이 더 세련됐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질 정도로 합리주의 경향이 짙어진 영향도 있다"며 "기존 체제를 거부하며 형성됐던 거리문화가 패션업계에도 기존 유명 브랜드를 제치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