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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뛰었다하면 못해도 3위… 위대한 세크러테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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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크리테어리엇(Secretariat)'은 지난 1970년 미국 버지니아주 메도 목장에서 태어난 밤색의 수말입니다. 용맹한 통치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부마 '볼드룰러(Bold Ruler)'와 왕족적인 무엇이라는 뜻의 모마 '섬싱로열(Something royal)' 사이에서 태어나 장관 또는 비서라는 부모보다 다소 겸손한 이름을 가진 이 경주마는 이름과 달리 세기를 지배한 경주마가 되었습니다.

세크리테어리엇은 2년간 21전 16승, 2위 3회, 3위 1회로 13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2년 연속 연도 대표마로 선정됐으며 은퇴 후 씨수말로 활동하며 뛰어난 자마들을 다수 배출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73년 벨몬트 스테이크스(2,400m)에서 종전 기록을 2초6이나 앞당기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순간일 것입니다. 당대 내로라하는 명마들이 모두 출전한 경주에서 2위인 샴(Sham)보다 무려 100m를 앞서 들어옴으로써 보는 이들의 눈조차 의심하게 했던 세계 최고 기록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마에서는 순위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기 쉽게 말의 몸을 기준으로 해 코 차, 머리 차, 마신 차라고 표현하는데 2위와의 거리가 30마신이 넘었으니 말이 안될 정도로 뛰어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크리테어리엇은 그보다 50여년 전 활약했던 맨오워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말로 지금까지 추억됩니다. 우표에 등장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1989년 타임지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선수 10위에 포함시켰으니 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명예를 다 누렸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웅들이 그러하듯 그에게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2세에 이미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며 이클립스어워드에서 2세 챔피언이자 연도 대표마가 되었으나 마주 페니가 운영하는 목장이 경영난을 겪는 바람에 팔려갈 운명에 처한 것입니다. 다행히 세크리테어리엇을 아끼는 마주의 지인인 세스 행콕이 5개 국가의 신디케이트를 조직하면서 영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천리마를 알아봤다는 전설의 백락처럼 끝까지 세크리테어리엇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주 페니와 행콕, 그리고 은퇴까지 미루며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조교사 루신의 노력은 경마의 아름다운 협력 시스템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 경마에서도 새로운 명마 탄생을 기대해봅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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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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