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핫이슈)에버랜드 호텔 신축 연기…보수경영 강화하는 삼성

-투자 계획도 나라 예산안 짜듯 세입·세출 따져 까다롭게

-전자·바이오·배터리 등 성장사업 제외하면 투자 허가 받기 ‘하늘의 별 따기’


-극한의 비용 절감은 현재 진행형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이 에버랜드 인근에 호텔을 신축하려던 계획을 전격적으로 무기 보류한 것은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 플랜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투자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투입 대비 효용이 크지 않으면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투자는 인허가를 따내는 과정이 까다롭고 중간에서 틀어지면 도장을 찍어준 공무원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지는 탓에 한 번 결정되면 번복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삼성이 투자 측면에서도 효율경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이 내놓은 대규모 투자계획안을 보면 나라의 예산안을 짜듯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미리 안배하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투자계획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까다롭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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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최근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통째로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총알’을 마련했다.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의 손자회사 격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유상증자와 같은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이 아닌 기업공개로 충당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성장사업이라고 판단되면 일단 공장부터 짓겠다는 식으로 과감한 투자허가를 받아낸 사례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 전체 시설투자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는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도 내년부터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지난달 말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으나 이 중 일부는 내년 투자금액을 미리 당겨온 것도 있다”고 밝혀 투자 축소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메모리반도체 등 주력제품의 시황이 계속 좋지 않을 경우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그나마 반도체나 바이오·배터리 분야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앞날이 어두운 일부 제조 계열사는 최소한의 유지·보수 투자 외에 제대로 된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조(兆) 단위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은 벌써 몇 년째 연간 4,000억~5,000억원 안팎의 시설보완용 투자만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동남아에 조선소를 한 곳 지어 중소형 상선 물량을 몰아준다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지금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자본잠식에 따라 사옥 매각까지 추진하고 나선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내년 경영계획에서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9월 공식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재계의 관행대로라면 회사 합병 이후 곧장 일종의 ‘비전(vision)팀’을 꾸려 연도별 투자 및 매출계획 등을 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관련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의 ‘보수화’와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용절감 노력은 이미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부는 올 4·4분기 들어 야근 ‘자제령’을 전달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업무를 효율화하라는 취지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조치다. 예년에는 고참급 부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희망퇴직도 연차와 관계없이 신청을 받고 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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