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는 '사업 속도'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들의 수익은 추락하고 거꾸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늘어난다. 그만큼 사업 속도는 재개발·재건축 투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재건축·재개발 단지 총 37곳을 분석한 결과 조합설립인가부터 일반 분양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6년 9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설립인가 시점에 투자했을 경우 6년 9개월이 지나서야 분양까지 다다를 수 있는 셈이다.
◇최장 12년 5개월, 가장 짧은 단지는 2년 9개월=우선 37개 단지를 사업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재개발이 재건축보다 사업 기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 분양 예정인 곳을 합쳐 올해 서울에서 선보인 재개발 아파트는 총 21개 단지. 이들 재개발 단지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시점부터 일반분양까지 평균 84개월이 걸렸다. 반면 재건축 단지는 올해 총 16개 단지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이들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약 77개월 만에 일반 분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개별 단지별로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사업진행 속도가 가장 느렸던 곳은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해 지난달 분양된 '송파헬리오시티'로 조합설립인가부터 분양까지 12년 5개월이 걸렸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간의 갈등과 소송 등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10년 6개월여가 걸린 것이 사업이 지체된 주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달 공급된 서초 한양 재건축 단지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역시 조합을 설립하고 분양하기까지 1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업시행인가까지 걸린 기간은 3년여로 비교적 짧았지만 이후 조합원 간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발생하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기까지 8년 6개월여가 소모됐다.
재개발 단지 중에서는 성동구 금호13구역을 재개발해 지난 4월 분양된 '신금호파크자이'의 사업 기간이 가장 길었다. 조합설립부터 분양까지 9년 1개월여가 걸렸다.
반대로 사업진행 속도가 가장 빨랐던 단지는 삼호가든4차를 재건축해 10월 분양에 나선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었다. 이 단지는 조합설립인가부터 분양까지 조합원 간 큰 갈등이 없었고 단지 내 상가와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면서 빠르게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설립인가부터 분양까지 불과 2년 9개월여 만에 일반 분양을 마쳤다.
◇사업 속도 앞으로 투자 시 더욱 중요해져=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 센터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이 더딘 단지들을 보면 대부분 조합원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갈등이 사업 지체의 큰 원인"이라며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합을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설립하는 단지들이 많은데 이 경우에도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는 사업 속도가 재개발·재건축 투자 수익률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택값 상승 폭이 예전만큼 크지 않은데다 건축비 인상 등으로 인해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금이 묶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업 추진속도가 빠른 단지인지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도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늦춰도 조합원들의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이제는 사업의 속도가 조합원들의 수익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