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부동산
건설업계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거실 앞뒤로 큰 창… 채광·통풍효과 극대화
입력2015.11.04 17:19:39
수정
2015.11.04 17:29:52
| 각 가구마다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위치에 배치한 거실에는 앞뒤로 큰 창을 내 채광과 통풍 효과를 극대화했다. |
|
|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
|
| 이민아 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 |
|
최근 국내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의 평면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3베이(bay)나 4베이라고 부르는 평면이 대표적이다. 햇빛이 잘 드는 방향으로 거실과 방 3~4개를 일렬로 배치하는 구조다. 채광을 확보하는 동시에 건축 및 단지 구성의 효율성을 최대한 꾀하는 방식이다.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이 같은 획일적인 평면 구성을 거부한다. 우선 어느 방향과 주동에 위치한 가구든지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방을 하나씩 만들어 주자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가장 밝은 방으로는 온 가족이 모여 생활하는 거실과 식당이 선택됐다. 햇빛이 가장 잘 비추는 위치에 거실과 주방을 배치하고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실의 앞뒤로 큰 창을 두 개 설치했다. 거실의 양쪽으로 난 큰 창문은 일상의 디테일을 바꾸어 놓았다. 거실에 놓인 가구가 줄어들고 집집 마다 햇살과 바람을 즐기는 독창적인 배치를 완성한 것이다. 거실에 큰 창이 두 개나 있어 여름에 덥거나 겨울에 춥지 않을지 걱정했던 입주민들은 거실의 앞뒤로 언제든지 산과 하늘, 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졌다. 또 3·4베이 평면에서는 거실과 방 뒤쪽 어두운 자리에 주로 배치되던 주방이 햇살 가득한 중심으로 나온 점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편 거실 외에 나머지 방들도 모두 햇빛 방향으로 배치할 수는 없다 보니 개별 방들은 방향을 틀어 'ㄱ''ㄴ'자 형태의 한 겹으로 이뤄진 집이 완성됐다. 이 같은 형태의 집은 작은 화장실과 파우더룸에도 햇빛과 맑은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 또 'ㄱ'자 형태의 집이 4개 모이면 'ㅁ'자 구조의 한옥처럼 하나의 작은 마당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ㄱ''ㄴ'자 형태의 8개 저층형 주동과 5개의 타워형 주동은 곳곳에 흩뿌려진 주민 공동이용시설 및 마당과 엮이며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측면 발코니 역시 창문 밖의 풍경과 겹치며 마당과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마당은 자연스레 내 집만의 정원이 된다.
대지 계획과 평면 구성에 세심한 신경을 쓴 반면 건물의 외부 디자인은 단순한 편이다. 건물 외벽은 무채색으로 칠해져 단조롭고 측면에 줄눈 형태로 볼륨감을 줬을 뿐이다. 건물 저층부도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튀지 않는다.
반면 지상에 나눠서 배치한 어린이집·경로당·피트니스센터 등 주민 공동이용시설의 외벽은 빨강·파랑·초록 등 다채로운 색상을 입혀 무채색의 절제된 외벽과 대조를 이룬다. 환경의 중심을 바닥에 내려놓은 단지답게 보행자의 눈높이에서 풍요로운 색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의도가 엿보인다. 또 각각의 공동이용시설은 고유의 색상으로 인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타워형 주동의 가구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을 고려해 저층형 주동의 옥상에 애기기린초, 분홍 세덤 등 색색의 다육식물을 심은 세심한 배려도 느껴진다.
"불굴의 정신으로 공사 난관 극복"
■ 시공자,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건축계 최고 권위의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현대아산이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돼 대단히 기쁩니다. 시공 초기부터 마지막 준공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남북경협 사업의 길을 열었던 불굴의 현대 정신이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연지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만난 조건식(사진) 현대아산 사장은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사업의 길을 개척해왔던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강남지구 A4블록 아파트의 시공사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입주자 대상으로 직접 만족도를 확인하는 입주자 역평가에서 96.33%의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조 사장은 "LH 강남지구 아파트는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인간을 중시하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지구 A4블록은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모든 수상작을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단지를 조성할 때 대모산의 경사진 지형을 살리면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노력한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다양한 필로티(기둥만을 세운 1층) 구조로 공용공간 활용을 극대화했으며 기존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출콘크리트 마감으로 입주민들의 아파트에 대한 일체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앞으로 시공하는 아파트 역시 최고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금강산 길도 반드시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공동주택 핵심은 이웃과의 소통"
■설계자, 이민아 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
"그동안 아파트 등 집합건물 설계는 내부 평면 구성에만 신경을 쓸 뿐 외부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집합건물의 핵심은 한데 모여 사는 사람들한테 땅을 공유한다는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을 설계한 이민아(사진) 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은 공동주택 설계에서 외부공간, 즉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주자들이 집 밖에서 이웃과 만나 소통하며 살아가는 게 공동주택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현재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수요자들은 발코니 확장 등 철저하게 내부 평면 위주로만 관심을 쏟고 시행사와 시공사 역시 평면만 말하는 구조에서 건축가가 외부공간 활용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동주택도 단독주택과 같아서 모여 사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의 결합을 추구해야 한다"며 "아울러 단위 세대의 평면이 바뀌지 않으면 주동 간 결합 방식이나 내외부 공간도 바뀌지 않으므로 평면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거실과 주방을 배치하고 거실 앞뒤로 대형 창을 낸 것도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 소장은 "공공주택은 입주 조건이 매우 다양한데 입주자들이 이전에 살던 집을 조사해보니 창이 없고 채광과 환기가 안 좋은 다세대나 아파트 전셋집인 경우가 많았다"며 "따라서 개별 방보다 가족이 모이는 거실을 채광이 좋은 곳에 두고 양쪽으로 창을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공사와 건축주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
-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