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 들려 수입 프리미엄 패딩을 모조리 입어본 적이 있다. 몽클레어·무스너클·에르노·캐나다구스·CMFR 등 어림잡아 10벌 이상은 피팅해 봤다. 소감은 간단하다. 명불허전.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안감, 프리미엄 브랜드 로고에서 오는 자부심까지… 이 패딩들이라면 올 겨울 자신감이 넘칠 것 같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0만~200만원대. 눈 딱 감고 한번 지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 저항감이 지갑을 닫게 했다. 이내 단점들도 보였다. 에르노는 연약해 쉽게 오염이나 훼손이 잘 되고 캐나다구스는 더 이상 시선을 끌지 못했다. CMFR 역시 뚜렷한 차별점을 느끼기 어려웠고 무스너클은 무거웠다. 몽클레어는 너무 비쌌다.
이와 달리 이번에 체험한 노스페이스의 '맥머도 15 다운 파카'는 가격이 수입 패딩의 3분의 1 수준(57만원)이면서도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이들 못지 않았다. 올 겨울 패딩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아웃도어'를 잊게 하는 디자인이 강점이다. 단조롭고 차분한 색상이 첫 눈엔 밋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시크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어떤 상황과 장소에도 잘 어울린다. 청바지와 면바지의 캐주얼은 물론 등산 바지를 매치해도 손색없다. 라인은 헤비 다운이 주는 부피가 큰 느낌과 슬림핏 코트의 중간 정도다.
지난 주말 '맥머도 15 다운 파카'를 입고 서울 시내를 누볐다.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다크 그레이 맥머도를 걸쳤다. 캐주얼한 복장에 잘 어울렸고 노스페이스 로고도 튀지 않는 색으로 깔끔하게 처리돼 어느 곳을 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가슴 쪽 주머니 안에 숨겨진 스트링을 당기니 허리 부분이 조여지며 라인을 잡아줬다. 보통 허리 조절 스트링은 등 뒤쪽에 붙어 있어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거나 패딩 앞 지퍼를 열고 안쪽 깊숙이 당겨야 해 불편했는데 소비자를 배려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올해 유행인 후드 퍼 장식도 달아 보온성은 물론 어려 보이는 느낌을 더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패딩 두께에 비해 정말 가볍고 편하다는 것. 운전할 때 패딩을 벗지 않았는데 핸들을 돌리거나 몸을 숙여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윗옷을 많이 껴입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신기할 정도로 편해서 패딩 안쪽 겨드랑이 부분을 여러 차례 확인해볼 정도였다. 신축성이 뛰어난 트리코트 소재의 안감이 적용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쌀쌀한 밤공기에 몸을 맡겨보니 맥머도의 진가는 더욱 드러났다. 부드럽고 푸근한 구스 충전재 덕분에 얇은 티셔츠 하나 입었지만 포근했고, 방수·방풍·투습 기능을 갖춘 하이벤트 소재가 찬바람을 완벽히 막아줬다. 실험 삼아 마시던 물을 소매와 어깨부분에 부어봤는데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겉감의 박음질도 촘촘해 가랑비 정도는 장시간 버텨줄 것 같았다. 목과 턱에 닿는 부분이 보들보들한 퍼 소재여서 부드러운 촉감이 착용감을 더 높였다. 손목을 조여주는 니트 소재는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줬다. 특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의 느낌이 훌륭했다. 주머니 안감에 퍼 느낌의 엘셀로프트 에어소재를 적용해 부드럽고 따뜻했다. 겨울철 장갑을 끼지 않는다면 주머니 안감의 차이에서 오는 만족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이 제품 곳곳에 세심한 배려가 묻어있었다.
여기저기 숨겨진 펀한 요소들이 입는 재미도 더한다. 패딩 안감엔 남극 지도가 그려져 있어 고급스럽고, 포켓이 많아 실용성도 훌륭하다. 패딩 바깥쪽에만 무려 7개의 포켓이 있고 안쪽에도 두 개의 포켓과 이어폰 포켓까지 장착했다. 후드에 달린 인조 퍼는 천연모의 퀄리티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부드럽고, 가볍게 잡아당기는 정도로는 털이 빠지지 않았다. 국산 패딩 기술의 진화가 어디까지인지 새삼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