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사람이 행복한 사이버 문화를 위하여






강제규감독_사진



'사이버(cyber)'.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이며 상상력의 총아인 영화에서는 미래 세상의 아이콘이다. '매트릭스'와 같이 해킹의 실제를 묘사한 작품부터 '다이하드 4.0'과 같이 사이버 시대와 대결하는 아날로그 형사의 고군분투까지, 영화 속에 묘사된 사이버 세상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메신저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약속을 정한다. 지하철 안에서 영화 상영시간표를 살피고 네티즌들의 평가를 감안해 영화를 선택한다. 작품 감상의 증표처럼 여겨졌던 영화표는 이제 휴대폰 속 바코드로만 존재한다. 어느새 많은 물건들은 이제 추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와이파이(wi-fi)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선에 의지해 PC와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이다.

전술한 것처럼 사이버 기술은 우리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화려한 밤거리에 숨겨진 수많은 범죄와 같이 편리해 보이는 사이버 세상의 이면에는 무수한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엉겁결에 누른 문자메시지 속 URL로 인해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된다. 일상적으로 접속하던 인터넷뱅킹 화면이 위조사이트로 연결된다. 그리고 피해자들도 모르게 개인정보와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또한 퇴근길에 재미삼아 스포츠 내기 베팅에 돈을 걸었다가 큰돈을 잃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가까운 예로 개봉을 앞둔 작품이 파일공유 사이트에 노출돼 영화 제작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사이버 세상은 긍정의 가능성과 부정의 위험성이 늘 상존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나 무분별한 악성 댓글. 그리고 고통 받는 피해자들. 비단 연예인이나 공인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 이러한 일들로 아파할 때, 혹자는 이러한 세태를 사이버 세상이 만든 필연적인 부작용으로 단순화시키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 문화는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그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방관한 우리 자신은 아닐까.

문화는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모여 만들어진 의식의 결정체이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를 만들어낸 사람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는 사이버 문화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자동차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저 빠르고 위험한 물건으로만 폄하했다. 기존 교통수단인 말을 놀라게 하는 기괴한 '존재'로만 여긴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통신호'라는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고 관련 준법의식의 성장은 자동차라는 위험한 물건이 편리한 생활문화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이버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사이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판타지와 맹신적 혐오가 배제된 객관적인 이해가 선결조건이다. 또한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수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문화의 이해와 논의가 함축된 '법률' 등 규칙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새 시대에 걸맞은 합의와 새로운 규칙은 사이버라는 야누스의 거친 이면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필자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단'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경찰청의 사이버범죄 대응정책 수립에 자문위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어 기대가 된다. 이 또한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사이버 세상으로의 변화와 혼돈,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그리는 작품은 어떻게 나타날지, 그리고 작품이 어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생각하곤 한다. 나아가 더 많은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사이버 세상이 구현되기를 소망해본다. 실천은 바로 지금 시작이다.

강제규 영화감독·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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