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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는 곶자왈이라는 숲을 보면서 이 숲도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피아노라는 악기도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앨범은 사라질 것만 같은 것들에 대한 저의 느낌이 담겨있어요."
2년 만에 9집 정규앨범 'Piano'를 발표한 이루마(사진)는 7일 서울 이태원 아이리버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앨범은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 연주만으로 이루어졌으며 피아노와의 관계에 대한 이루마 자신의 고민을 담았다. 스스로는 작곡가로 정체성을 규정하지만 대중은 피아니스트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혼돈을 녹여낸 것. 이루마는 "그동안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는데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앨범은 이루마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인다. 앨범 이름은 피아노이지만 '반전의 피아노' 음색이 담긴 점이 그렇다. 이루마는 이전 앨범과는 매우 다르게 표현된 피아노 소리에 대해 "앨범 속 피아노는 진짜 피아노가 아니라 갖고 있는 건반의 소리를 개조하고, 그 소리를 녹음하고 스피커에에서 나온 소리를 다시 리앰핑하는 등 피아노 소리를 다르게 만들어 본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노 소리를 변형시킴으로써 피아니스트로 규정된 이루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다.
피아니스트, 방송 진행자, 라디오 DJ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이루마는 스스로를 옥죄던 피아니스트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힐 생각을 품고 있다. 그는 "피아노 작업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지만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며 "백지영, 샤이니 등과도 곡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고 내년에는 가요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루마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탓인지 현재를 좀 쉬고 싶고 쉬어야 할 시간으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힘들 때 그래서 쉬고 싶을 때 찾는 곳은 고향이며 대상은 엄마일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내가 생활하고 공부했던 그곳으로, 그리고 이제 오케스트라 같은 대곡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조만간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루마의 새 앨범 'Piano'에는 댄스(Dance), 하트(Heart) 등 총 11곡이 담겨 있으며, 사진작가 안웅철이 촬영한 제주도의 곶자왈 숲 사진이 삽입돼 있다. 앨범에 수록된 사진들은 마치 이루마가 피아노 '소리'로 표현하고자 했던 '사라질 것만 같은 것'의 '이미지 버전'으로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