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가 시작된 가운데 산업은행이 자료 제공 등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인수후보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수후보자들은 예비실사를 위해 산은에 각종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제시간에 실사를 마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과연 산은이 대우증권을 매각할 의지가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말마저 나올 정도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의 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 모두 데이터룸 실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6주간의 일정으로 대우증권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인수후보자들은 "정보가 부족하다"며 "일정에 맞춰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인수후보자들이 자료를 수집하는 양에 비해 현재까지 산은이 제공한 데이터는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사단 관계자는 "분쟁과 소송사례, 미상환채권현황, 지급보증약정현황 등은 시간이 걸리는 무리한 자료가 아닌데도 자료를 받지 못해 관련 팀이 사실상 휴업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적격후보 관계자도 "예상보다 더디게 자료가 오고 있다"며 "자료 검토를 하는데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시간이 2주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자료가 들어와도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정밀하게 실사하지 못하면 결국 매각 측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없게 된다"며 "가격을 못 맞췄다는 이유로 유찰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매각 측과 인수후보 간 시각차이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자사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 자료를 가공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걸린다"며 "요청한 실사 자료는 100%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수후보 입장에서는 요청한 자료가 한꺼번에 들어와야 본격적인 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이 표출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실사 기간 내에 충분히 자료제공을 하고 예정대로 연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전날 대우증권 인수 경영진 매각 설명회에 불참한 것에 대해 "같은 증권업에 종사해 잘 아는 사이에 임원 프레젠테이션(PT)은 의례적인 행사로 판단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래에셋증권이 설명회에 불참하자 일각에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우증권은 16일부터 후보들에게 설명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