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봐, 천국이 없다고/해보면 쉬워/우리 아래에 지옥이 없다고/우리 위에는 하늘뿐이라고…' 존 레넌이 만들고 부른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는 둥글둥글한 음색의 다소 밋밋한 피아노 전주로 시작한다. 비음을 품은 그의 목소리 역시 중간에 한 번씩 나오는 '아하' 부분을 빼면 시종일관 부드럽고 잔잔하게 흐른다. 그가 최면을 걸듯 주문하는 이매진에 빠지다 보면 어느덧 꿈을 꾸듯 온 세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매진은 1971년 존 레넌이 두 번째 내놓은 개인 앨범에 들어 있다. 그가 비틀즈 때부터 광팬의 흉탄에 맞아 사망할 때까지 만든 수많은 노래 가운데 최고는 이매진이 아닐까. 예술가의 작품에 순위를 매긴다는 게 무식한 짓이기는 하지만 이매진은 록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중에서 3위에 올랐다. 레넌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로는 8위니까 노래가 노래를 만든 사람보다 더 위대한 셈이다.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적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 직후인 14일 프랑스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 앞에서 한 남자가 평화 마크가 새겨진 피아노로 이매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많은 시민은 그의 연주를 들으며 희생자 가족과 아픔을 나눴다. 테러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이매진은 마치 이번 테러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매진은 누군가를 죽일 일도 없고 누군가를 위해 죽을 일도 없는 세상을 노래한다.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속삭인다.
노래가 바라는 그런 세상이 오면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천국에서 72명의 미녀와 함께 사는 꿈을 꾸며 자살 테러를 기쁜 마음으로 자행하는 일도 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올까. 노래는 온다고 말한다.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얘기할 수도 있어/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야/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래/그러면 온 세상이 하나 될 거야'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