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명태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노래 속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예견한 듯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작은 소망을 얘기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 치고 춤추며' 지내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바리톤 오현명의 목소리로 유명한 가곡 '명태'다. 적어도 동해에서 살던 명태는 노래 속 주인공처럼 제 운명을 알았는지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우리 손으로 동해에서 잡아올리던 국산 명태가 사라진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생선' 명태의 1년 평균 어획량은 1980년대만 해도 7만4,000톤에 달했다. 이후 급감해 2000년대에는 100톤 이하로 줄더니 2007년부터는 1톤 이하로 유명무실해졌다.

명태가 사라진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동해 수온 상승 등 몇 가지를 들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정부가 1970년 명태 새끼인 노가리잡이를 전면 허용한 후 자취를 감췄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노가리잡이가 허용된 1975~1997년 전체 명태 어획량(무게)의 68%, 어획 마릿수의 91%가 노가리일 정도였으니 심하기는 심했다.

해양수산부가 동해 명태자원 회복을 위해 동해안 저도·북박어장 주변 해역 21.49㎢ 일대를 보호수면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오는 12월께 그동안 키워온 새끼 명태를 이곳에 방류할 방침이다. 새끼 명태는 해수부가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라는 캠페인까지 벌여 혹시라도 살아 있는 명태가 있으면 마리당 50만원을 줘가며 사들인 그 명태의 자손이다. 언제는 명태라면 아예 씨를 말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 되찾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며 명태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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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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