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수은 '내년 로드맵' 속앓이

수출 부진 계속되는데 기업 지원 어떻게…



"내년도 수출기업 지원 로드맵을 짜고 있는데 도통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수출 부진이 기업이 제품 만들 자금이 부족해서 생기나요. 이를 일괄적인 지원으로만 풀려니 답답합니다." 수출입은행의 한 임원은 2016년 업무계획 수립을 앞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은은 매년 1월 당해 연도 수출기업 지원 규모를 발표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업무계획을 짜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수출금융 지원 규모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수은의 금융 지원액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1년 66조원, 2012년 70조원, 2013년 74조원, 2014년 76조원, 올해는 80조원이었다. 수출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수출 지원액이 전년 대비 4조원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내년에는 81조원 안팎의 지원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의 수출 감소세를 고려했을 때 지원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하지만 수은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수출 악화 요인이 자금 부족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부진에서 오는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은은 수출 지원 규모를 늘리자니 정부 코드에 맞춘다는 비판이 예상되고 지원을 줄이자니 수출기업 지원의 최선봉이라는 수은의 역할론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요즘 수출 불황의 유형은 자금 부족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기업에 자금을 지원해도 이것이 수출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계획에서 주력산업 선정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수은은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해외건설·플랜트, 조선해양, 자원개발'을 주력산업으로 꼽고 이에 전체 여신의 57%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세계적인 불황과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이 맞물려 있어 올해처럼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은 업무계획이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적 팽창에 맞춘 업무 계획이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여러 상황이 얽혀 발생하는 수출 부진을 금융 지원으로만 풀려다 보니 단기 지원 계획에 쫓겨 부실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모뉴엘 사태 등 수은의 부실이 수은의 획일적인 업무계획과 연결돼 있다"면서 "무조건 양을 맞추고 이것이 기획재정부의 관리·감독하에 있다 보니 무리한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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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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