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20%대의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기지는 못하지만, 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때라도 절대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퀀트(계량분석)을 기반으로 숨은 투자 기회를 찾고 보수적으로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트리플알파펀드'를 책임지는 차동호(사진) 펀드매니저는 지난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운용 철학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 펀드는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로 채권투자를 통해 기본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퀀트에 기반을 둔 롱쇼트 전략, 공모주 및 이벤트, 월말효과와 같은 주식시장 이례적인 현상을 활용해 '시장금리 플러스 알파' 수준의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이러한 독창적 구조를 인정받아 지난해 금융감독원 주관 우수 금융신상품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 2013년 11월 출시되기 전 약 2년간 사모펀드로 운용하며 연 7~8%의 수익률을 올렸다. 펀드가 택한 전략대로 운용하기 적절한 자금 규모를 설정해 놓은 후 이를 넘기면 신규 자금을 받지 않는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1,131억원으로 현재는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 상태다.
통계에 기반해 철저히 보수적으로 투자한다. 롱쇼트 전략도 퀀트 측면에서 절대수익을 목표로 접근하는 만큼 일반적 롱쇼트펀드의 전략과는 방식이 다르다. 이른바 '페어트레이딩'으로, 과거 주가 흐름의 패턴을 분석해 미리 두 종목을 짝지어서 한 종목은 매수(롱)하고 나머지 한 종목은 매도(쇼트)한다. 즉, 짝지어진 두 종목 간 주가의 차이가 일반적 패턴에 비해 큰 폭으로 벌어졌을 때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을 매도하며, 주가 차이가 다시 좁혀지면 포지션을 청산한다. 이런 식으로 설정한 짝이 3,600개에 이르며, 이 중 40개 정도를 집중 모니터링하며 투자 여부를 정한다.
그는 "두 종목을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차이를 넓히고 좁히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 패턴을 투자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예로 든 종목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차 매니저는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저평가됐다면 우선주를 매수하고 보통주를 매도하며, 주가 차이가 좁혀지면 두 종목 다 포지션을 청산한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처럼 주가 흐름이 비슷한 동일 업종 종목을 묶는 식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줄이고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공모주 투자 역시 절대 수익 추구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차 매니저는 "웬만한 기업의 상장 수요예측에 모두 참여한다"며 "반복적으로 참여할 경우 성공 확률이 높은 투자 기회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고 전했다. 기업이 상장함으로써 유동성이 커지고 거래가 자유로워지면 여기에 붙는 프리미엄을 활용해 수익을 내기 쉬워진다는 점을 이용한다. 상장 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 차익매물이 쏟아지는 시점에 종목을 매수해 수익을 노리는 '포스트 기업공개(IPO)' 투자도 전략으로 사용한다.
기업 인수합병, 분사 등 이벤트도 중요한 투자전략이다. 이를테면 기업이 합병할 때 비율 조정 과정에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나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 등 이벤트에서 합병비율 등을 감안해 절대수익을 낼 수 있는 포지션을 잡았다"고 말했다.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자사주매입, 유상증자 역시 고려 대상이다.
차 펀드매니저는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져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투자의 기초자료인 과거 쌓아놓은 패턴들이 무너지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공격적 투자는 자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