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길러보니 그 경험이 어른을 좀 더 자라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스승이 좀 더 훌륭하고 어른에게서 아이가 배우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작품 속 ‘구마테쓰’는 어른이고 힘도 ‘큐타’보다 훨씬 강하지만 오히려 큐타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하죠. 어느 한쪽이 더 강해 약한 자를 가르치는 게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늑대 아이(2012)’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48·사진) 감독이 오는 25일 국내 개봉하는 신작 ‘괴물의 아이’와 함께 12일 한국을 찾았다.
‘괴물의 아이’는 부모의 이혼과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갈 곳을 잃고 시부야 뒷골목을 헤매던 아홉 살 소년 ‘렌(큐타)’이 인간 세계로 나온 괴물 구마테쓰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고 괴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스승과 제자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 더욱 가깝다. 전작 ‘늑대 아이’에서 모성을 얘기한 감독이 이번에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온 셈이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는 이번에도 특별하다. 전작 ‘늑대 아이’가 미혼모를 통해 말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종(種)이 다른 어른이 아버지 역할을 한다.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사람들이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고 결혼 후에도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앞으로 부모·아이로 이뤄진 전통 가족은 많이 사라질 테고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도 많이 달라지겠죠. 물론 전통이 좋고 현재의 가족 해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앞으로 아예 결혼하지 않은 미혼들도 공동으로 부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 세대에 나타나는 생각의 간극을 메우고 싶었습니다.”
3년 전 남자아이의 아버지가 된 감독은 요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더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은 어떤 아버지가 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아버지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렌(아홉 살) 정도로 자라고, 그래서 마음의 지향점을 찾을 때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버지가 꼭 친아버지일 필요는 없고 꼭 한 명일 이유도 없어요. 저만 해도 운이 좋아 성장하는 가운데 많은 것을 배우고 기댄 아버지가 많았어요. 내 아이도 그렇게 나보다 더 훌륭하고 본받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