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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일본 도쿄의 서점가를 둘러봤다. 향토 서점인들 모임인 한국서적경영인협의회 회원들과 동행했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의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도 일정을 함께하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도쿄학예대학 역세권 전통시장 초입의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한 교분도서점은 1928년 창업해 가업을 잇는 전형적인 동네서점이었다. 이 서점의 주인장인 다나카 준이치로씨는 26개 중소서점 법인들의 연합체 '유한회사 네트21'의 사장이기도 하다. 가맹 서점들은 판매시점정보관리(POS) 기반 공동사업으로 다른 서점보다 유리한 마진율을 확보하는 등 협업화를 통해 도매상·출판사와의 거래조건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시켰다.
네트21은 내부적으로 서점마다 경영의 독립성을 살리되 외부에는 하나의 법인체로 기능한다.
우리 서점인들은 여기서 하나의 가능성, 즉 협업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지속적인 매출 하락, 낮은 마진율 속에서 비전을 그리기 어려운 것이 한국 서점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짜 도서정가제'도 경영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결산 자료를 내놓았다. 광폭 할인 근절과 정가 인하 등 긍정적 성과를 부각시켰다. 맞는 말이지만 여전히 거품 가격의 온상이 되고 있는 직간접 15% 할인율이나 편법 할인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이제라도 가격 거품의 다른 이름인 할인 규정을 없애고 책값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일본도 우리처럼 정가제가 망가졌다면 제아무리 교분도서점 같은 곳이라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서점의 가격 경쟁을 불허하는 강력한 도서정가제를 통해 독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새 책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터전을 지켜준다.
반면 한국의 읍면동 두 곳 중 한 곳에는 서점이 없는 실정이다. 서점이 늘어야 독자도 사회도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 다양한 책을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편리하게 구입할 권리가 있는 소비자를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