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2% 부족한 김종덕式 인사



춘향을 괴롭힌 남원군수 변학도가 어느 지방 출신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남원 태생이 아님은 분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상피(相避)' 제도가 엄격히 지켜졌기 때문이다. 자기 고향 수령으로는 임명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친인척이 한 부서에 임명될 수도 없다. 변 사또가 남원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춘향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같은 근거로 이몽룡도 전라도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천하의 이순신도 그가 태어난 서울이나 외가가 있던 충남 아산에서 관리 생활을 하지 않았다. 조산보 등 함경도와 정읍현감·진도군수·전라좌도수군절도사 등 전라도가 부임지였다.

상피 제도는 정실 관계에 따른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해당 지역을 보다 잘 알면 더 나은 행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보다 부정을 막는 것이 우선시됐다. 600여년 조선 체제가 그냥 유지된 것은 아니다.

최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사가 논란이다. 홍익대 출신인 그가 자신과 동문이나 아는 사람들을 대거 문체부 관련 기관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이 홍익대 미대 후배고 오승제 뉴욕한국문화원장은 '잘 아는' 제일기획 출신이라는 식이다. 최근 임명된 김소연 한국문화정보원장은 김 장관의 아들이 다닌 홍익대 강사 출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외에도 김 장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인물들이 대거 중용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의 입장은 한결같다. 자리에 맞는 인물을 뽑아 임명했고 여기에 정실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 반박했다. "문제가 없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은 되고 홍대는 안 되는 이유는 뭔가. 문화계에 원래 홍대 출신이 많아 적임자를 쓰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홍대라는 이름이 걸리기도 한다. 분명히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출신이 어딘지는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임자를 임명했는데 혹시 자신과 관련이 있더라도 이는 우연일 뿐이다. 문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장관이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정실 인사로 어떤 부정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도 아직은 없다.

그래도 세상일이 그런가. 적재적소가 이상적이지만 누가 적임자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전통시대 사람들이 이를 몰라 상피 제도를 만들고 고집한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3자의 동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인사점수가 여전히 2% 부족한 이유다.

설훈 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 생각난다. "이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상도 정권에서 전라도·충청도 사람을 중용하고 전라도 정권은 경상도 사람을 더 뽑아 써야 한다. 서로 배려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나아질 수 있다."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chsm@sed.co.kr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