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책상 위를 뛰어다니는 말썽꾸러기, 끼리끼리 모여 쉼 없이 재잘거리는 친구들, 선생님 몰래 도시락을 꺼내 먹는 아이들. 어린 시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실에 대한 기억은 북새통 자체다. 한 반에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80명 넘게 모여 있는데 어찌 조용할 수 있을까. 학생이 너무 많아 2부제·3부제 수업도 진행됐다. 이러니 운동장이라고 별수 있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이 떼로 몰려나와 난장판이었다. 수없이 많은 축구공이 뒤엉켜 남의 공을 차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콩나물 교실'과 '콩나물 운동장'은 이제는 없어진 유년의 추억이다.
학교가 콩나물시루가 된 것은 베이비붐의 영향도 있지만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인구 이동 탓이 더 컸다. 1975년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의 주인공처럼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제2의 영자들은 성공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공장이 밀집한 도시로 몰려들었고 교실은 이들의 아이들로 좁아져갔다. 1970년대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80~90명을 넘나들었고 심지어 100명을 넘는 곳도 있었다. 당시 교육법은 학급당 학생 수가 6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교사들이 콩나물 교실을 없애달라고 수업까지 거부했을까. 요즘에는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 활동이 오히려 심각한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새옹지마다.
최근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난민들로 경기도 일부 초등학교가 '콩나물 교실'이 됐다는 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전세난이 소득은 물론 교실까지도 양극화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학급당 학생 수를 보니 많아야 40명 수준이다. 지난해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3명이니 그런 하소연이 나올 법하지만 80명 넘는 아이들과 부딪치며 살아온 40대 후반 이후의 세대에게는 코웃음이 날 일이다. 아무리 힘들다는 소리를 해도 세상이 좋아지기는 했나 보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