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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이 오는 2017년까지 자사 보안 관련 제품에 삼성 로고를 부착한다. 보안 분야에서 아직 한화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만큼 일정 기간 삼성 로고를 이용해 영업을 지속하면서 현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이 한화테크윈의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대승적 관점에서 이 같은 로고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2017년까지 한화테크윈이 생산하는 보안 관련 제품에 삼성 로고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테크윈은 지난 6월 사명 변경 이후에도 보안 관련 제품에 삼성 로고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생산제품에 삼성 로고를 계속 쓸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폐쇄회로(CC)TV와 녹화기(DVR), IP 카메라 같은 보안제품을 일반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보안제품은 삼성 계열사 시절부터 생산·판매해오던 것으로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은 32.6%에 달하며 해외시장에서도 3.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회사를 팔았음에도 로고를 계속 쓰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지난해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을 매각한 데 이어 사명까지 바뀌면서 삼성과는 무관한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로고를 단 한화테크윈의 제품·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고객이 제조사보다는 로고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안 관련 제품군은 일반 고객과의 접점도 커 삼성 입장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반면 삼성의 결정에 한화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당분간 삼성 로고가 달린 제품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보안시장에서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의 경우 삼성 로고 사용이 주는 도움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과의 두터운 친분이 로고 사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방산 분야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만 보안 분야에서는 신생 업체나 마찬가지"라며 "삼성 로고를 계속 사용하면서 한화 브랜드를 안착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설명했다.
로고 사용과 관련해서는 두 회사가 어떤 계약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사 매각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