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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의 Golf&Law] <39> 스크린골프의 수직적 가격담합

공정위, 4개 판매법인과 담합 혐의 조사

최근 국내 한 스크린골프 업체가 4개의 판매법인과 수직적 가격담합을 한 혐의가 파악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소 생소한 법률용어인 수직적 가격담합이란 무엇이고 그 폐해와 이에 따른 법적 제재는 어떤 게 있을까.

수직적 가격담합이란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최상위 판매업자가 그 상품을 재판매하는 판매법인에 거래가격을 미리 정해 판매하도록 상호 담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이런 수직적 가격담합은 금지되고 시정조치의 대상이 되며 나아가 과징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수직적 가격담합을 위법한 것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수직적 가격담합 행위는 사업자의 자유로운 가격결정권과 유통단계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한다. 또 유통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제조업체의 경쟁을 제한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미국에서는 1911년 닥터 마일스(Dr. Miles) 판례에서 수직적 가격담합, 즉 재판매 가격제한은 그 자체만으로 당연 위법이라 규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수직적 가격담합이 경쟁 제한 측면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친경쟁적인 요소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판매 가격 유지가 제품의 이미지 유지에 도움이 되고 제조업체로 하여금 적정수준의 판매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2007년 판결에서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를 당연 위법으로 보지 않고 사안별로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변모됐다.

이런 이유로 위법성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단적인 예가 도서정가제다. 공정거래법 제29조 2항에서 도서물의 경우에는 정가에 의한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가 위법하지 않도록 제도화했다. 도서정가제는 도서 판매에서 대기업에 의한 유통질서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측면이 적지 않아 재정비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또 최근 영세한 PC방 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PC방 유통구조개선법안도 유사하다. 이 법안의 취지는 요금 하한선을 정해 과당경쟁을 막음으로써 위기의 PC방 업계를 구하자는 데 있어 일명 생존가격 법제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도서정가제나 PC방 유통구조개선법안 등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와 권익 증대다. 특히 스크린골프 시장의 경우 독점의 정도가 너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도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의 수직적 가격담합은 폐해가 의외로 심각할 수 있다. 업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 선택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존중하는 소비자 친화적 자세를 갖추는 데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 리걸센터대표·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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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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