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조선·해운·유화·자동차·철강·건설 돈줄 죄고 미래산업 지원 늘린다

■ 정책금융 개펀 들여다보니


정부는 1일 산업은행·기업은행을 재편하면서 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자동차·철강에서 돈줄을 조이겠다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이들 산업은 다른 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한 이래 지금껏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는 '한계산업'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주력산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6개 업종의 은행권 전체 대출(2014년 잔액 기준)은 168조원으로 이 중 산은· 기은 대출분은 3분의1 수준인 55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산업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은 계속 나빠지고 있어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바람에 정책금융기관이 금융당국의 입김에 대출을 유지해왔다.

앞으로는 정책 방향이 달라진다. 산은과 기은은 물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이들 산업에 나간 대규모 여신을 공동으로 관리한다. 정책금융기관이 한몸이 돼 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셈이어서 개별 기관의 판단에 따라 돈을 빌릴 수 있던 사례는 줄어들고 정책금융기관에 힘이 실리게 된다.

대표 격인 산은은 여신심사에도 산업분석과 개별 기업의 신용분석 기능을 강화한다. 산업전망이 어둡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개별 기업의 상태와 관계없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장기간 정책금융기관에서 돈을 싸게 빌린 기업 중 성장성이 없는 기업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라는 것이고 만약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더더욱 정책금융기관에서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계산업에서 줄인 여윳돈을 미래성장동력 쪽으로 돌린다. 산은은 2014년 기준 연간 13조5,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고 기은도 29조6,000억원에서 33조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대기업 중심인 대출과 투자도 중소·중견기업으로 비중이 확대된다. 산은은 중견기업, 기은은 창업 초기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집중하도록 조정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산은은 중견기업 지원 비중을 2018년까지 연간 30조원으로 절반까지 높이고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줄이기로 했다. 대신 기은은 2018년까지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을 30%인 1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투자은행(IB) 기능도 대폭 조정된다. 산은은 시중 금융 회사와 경합하는 우량 회사채 발행 주관이나 중소형 기업의 인수합병(M&A), 상업적 사모펀드,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에서는 손을 떼기로 했다. 대신 장기간 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때문에 시장이 나서지 않는 장기 사회간접자본 채권 발행이나 산업구조조정 자문 해외 인프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에 나선다. 기은은 자회사 IBK투자증권을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지정하기로 했다.

금융계에서는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목표는 좋지만 단기간 채근하는 방식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은 관계자는 "목표를 할당해 창업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면 심사가 허술해지고 부실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을 늘리기로 한 미래성장동력의 개념도 불분명하다. 금융위는 지능형 로봇, 스마트 자동차, 착용형 스마트 기기 등을 미래성장동력의 예로 들고 관련 부처 등과 협의체를 만들어 수요 발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미래성장산업을 선정해 수요를 발굴하고 정책금융기관을 앞세워 지원하는 방식이 지금까지의 주력산업 지원과 비슷한 역효과가 나지 않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세원기자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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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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