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푸틴의 복수 시작됐다

러, 터키에 금수조치 등 고강도 경제제재


러시아가 자국 전투기를 격추한 터키에 대한 보복성 '경제제재'를 단행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사 대응이라는 극단적 보복을 자제하고 한 단계 낮은 수단을 택한 것이지만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터키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터키산 일부 상품의 수입금지와 터키인 고용제한, 비자 면제협정 잠정중단 및 여행제한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 경제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터키인들의 근로계약 연장이 금지되며 터키로 향하는 전세기 운항 금지, 터키 체류일정이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 금지 등의 조치가 내년 1월1일부터 발동된다. 수입금지 물품 목록은 추후 발표된다. 크렘린궁은 "국가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고 우리 국민을 불법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공식 제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터키산 육류·과일 등 농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터키인에 대한 출입국 심사도 강화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러시아 교통당국은 터키와의 항공 운항을 잠정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에는 도발에는 반드시 보복이 따른다는 일종의 '팃포탯 전략(tit-for-tat strategy)'으로 자국의 힘을 과시하고 터키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터키 측의 공식 사과 없이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 터키는 러시아에 다양한 방식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통화 요청을 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터키 고위지도부가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으며 피해배상을 하겠다는 제안이나 책임자 처벌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이를 거절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정상회의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열자는 터키의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다.

러시아의 고강도 제재 조치로 터키는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를 방문하는 러시아인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2%인 연간 440만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측은 여행제한 조치로 터키의 관광매출이 1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 부문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터키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서방 식료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린 뒤 대러시아 식품 수출이 급증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려왔으나 러시아의 검역 강화 조치로 농산물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터키는 러시아의 강경 대응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국민에게 러시아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터키 외무부는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자국민이 일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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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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