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미국서 픽업트럭 내놓는다

시장점유율 확대 '승부수'

HCD-15(2)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픽업트럭'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올해 첫 해외일정으로 미국을 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는 유로화와 엔화 약세, 픽업트럭 시장 확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오는 2017년 미국 현지생산을 목표로 픽업트럭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가 고심 끝에 픽업트럭을 내놓는 것은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픽업트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다만 포드 등 자국 브랜드가 견고히 시장을 지키고 있어 철저한 준비를 마친 후 시장에 내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직접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프로젝트명 HCD-15)'를 공개했다.

현대차가 1977년 포니 픽업트럭 이후 38년 만에 선보인 차량이다. 당시 현지 언론은 '2015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본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하는 등 큰 관심을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가장 흥미로웠던 차가 바로 싼타크루즈"라며 "싼타크루즈의 매력 포인트는 5개의 좌석과 함께 실제 픽업트럭 적재함에 필적하는 확장 가능한 테일게이트를 가졌음에도 콤팩트하게 구성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선보일 픽업트럭은 철저히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싼타크루즈는 짐을 많이 싣고 광활한 미국 영토를 누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짐 크기에 따라 적재함의 길이를 늘릴 수 있으며 2,000㏄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 최대 190마력의 힘을 발휘해 차별화를 꾀했다.

마크 딥코 현대차 미국법인 이사는 "기존 트럭들이 제공하지 못한 기능과 사양들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2000년 출생한 이들로 미국 소비시장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젊은 층을 뜻한다.

미국 시장 내 픽업트럭은 지난해 신차 판매량(약1,650만대)의 13%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과 비교해 픽업트럭 전체 판매량은 1년 사이 1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보유하지 않은 현대차가 큰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현대차의 1·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87%일 정도로 충성도가 높고 아시아와 중동·중남미도 일본 브랜드가 57%를 장악하고 있다"며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출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벽은 높다. 소비자들이 현대차가 알려져 있는 도심과 떨어진 미국 전역에 포진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포드를 대표하는 픽업트럭 F시리즈의 경우 올 초 미국에서 전년 대비 15% 이상 판매량이 늘 만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픽업트럭을 갖추지 못한 현대차는 최근 5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4%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64243


관련기사



박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