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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먹어야 고혈압 잡는다

<건강면, 톱 사진>
고혈압 전 단계 환자의 경우 고혈압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식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혈압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겁게 먹고 국물을 덜 먹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를 줄여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의료진이 한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일단 발병하면 완치 쉽잖아 고혈압 전단계 관리가 중요

매일 같은 시간 혈압 측정·기록… 식습관 개선·체중조절 힘써야

나트륨이 혈압상승 주범

국·찌개 되도록 멀리하고 두부·콩·달걀 많이 먹도록

하루 30분 빠른 걷기도 도움


직장인 박효석(42·가명)씨는 최근 두통 증상이 잦아 진통제를 자주 복용했다. 연말 송년회 시즌을 맞아 술자리가 잦아진 터라 '숙취 때문이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박씨는 두통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박씨의 두통 원인은 다름 아닌 높은 혈압 때문이었다. 수축기혈압(심장 혈관이 수축해 혈액을 심장 밖 동맥혈관으로 밀어낼 때의 압력)이 140㎜Hg인 고혈압 전 단계의 진단을 받은 박씨는 치료제 복용에 앞서 덜 짜게 먹는 등 식습관을 조절할 것을 권유 받았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의 경우 일단 발생하면 완치가 쉽지 않아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이 되기 전 단계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고혈압 환자가 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겨울철의 경우 큰 기온변화에 따른 혈관 수축이 일어나 혈압의 변동성이 큰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단 고혈압 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 측정을 자주, 그리고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고혈압 위험 단계로 진단을 받았을 경우 우선 가정용 혈압계를 구입하도록 하자. 가정에서는 흔히 버튼만 누르면 간편히 혈압이 측정되는 전자식 자동혈압계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연 1회 정도는 의료기관에서 수은주혈압계 등으로 혈압을 측정해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의 경우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연말 가족모임이나 설날 등 가족이 여럿 모였을 때 가정용 혈압계로 다 같이 혈압을 측정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 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식습관이 비슷한 가족끼리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질환 중의 하나인 만큼 가족과 친척 중 고혈압 환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말이나 명절 등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 혈압을 측정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혈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 혈압계 구입이 여의치 않다면 인근 보건소 등에 혈압측정장비가 구비돼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도 좋다.

매일 같은 시간 측정을 해야 혈압의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혈압을 측정하는 팔도 매번 같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두통과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별도로 혈압을 체크해놓아야 한다.

혈압 측정 전 적어도 5분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앉아서 측정하는 것이 좋고 발을 꼬거나 팔짱을 끼는 등의 자세는 피해야 한다. 혈압 측정을 할 팔을 책상 위에 올려놓아 심장 높이와 비슷하도록 맞춰야 한다. 혈압계 커프(팔에 착용하는 공기주머니)의 하단이 팔꿈치 접히는 선의 위쪽으로 약 2.5㎝ 위치에 오도록 하고 손가락 1개 정도가 들어갈 여유만 남기고 팔을 감싼 후 혈압측정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혈압을 측정해 기록하는 혈압관리수첩 등을 만들어 혈압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 일정 기간 유지될 때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

올바른 혈압측정과 함께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주 교수는 "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고혈압 환자라도 체중조절과 운동, 짜지 않게 먹는 등의 식습관을 개선할 경우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 복용을 끊을 수도 있다"며 "비만일 경우 체중을 10㎏만 줄여도 혈압을 최대 20㎜Hg 정도 낮출 수 있고 매일 30분 정도의 빠른 걷기 운동을 할 경우 4~9㎜Hg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식습관은 덜 짜게 먹는 것이다. 소금 속에 함유된 나트륨이 혈압을 올리는 주요 성분이다. 소금 1g에는 400㎎의 나트륨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은 2,000㎎으로 소금량으로 계산하면 5g 정도다. 보통 짬뽕 한 그릇에 함유된 소금량이 5.3g 정도이다. 2013년 국민건강 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27㎎으로 WHO의 권고기준보다 2배가량 높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것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김치와 국, 찌개류를 자주 먹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장할 때 넣는 소금량을 줄이고 국과 찌개의 국물을 적게 섭취해야 한다. 젓갈류와 통조림·치즈 섭취를 줄이고 두부·콩·달걀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생선의 경우 조림보다는 구이 형태로 먹고 소금간을 미리 하기보다는 구운 후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외식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밖에서 어쩔 수 없이 식사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싱겁게' 해달라고 주문하고 양념과 소스는 따로 요구해 찍어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외식 메뉴도 찌개나 전골류·중국음식보다는 비빔밥·쌈밥 등의 한정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후추와 마늘·고춧가루·식초·레몬즙 등 소금성분이 없는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혈압에 좋다.

김미나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한국인들이 지금보다 소금 섭취를 절반만 줄여도 수축기 평균 혈압이 4~6㎜Hg 정도 감소하며 고혈압·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며 "나트륨을 배설시키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도 혈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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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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