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생산·소비 회복 신호, 불씨 제대로 살려가라

생산·소비 등 전반적인 경기 흐름에 청신호가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8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5% 증가한 109.4를 기록해 6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도 전달보다 1.9% 오르며 2개월 연속 뛰었다. 특히 소매판매지수는 113.5까지 올라 메르스 이전(5월 113.1)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통계청 발표가 아니더라도 경기가 개선되는 신호는 잇따르고 있다. 추석 전 2주일간 백화점 및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6.3%, 1.1% 늘었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판매량도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하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생산과 소비가 늘면 이 영향으로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고 다시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1일자 서울경제신문 보도를 보면 투자와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대기업 7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4·4분기 경영전략 설문조사를 보면 채용인원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곳이 58.2%였고 투자 역시 유지 또는 축소 답변이 65.2%나 됐다. 정부는 기업의 체감경기가 통계치와 다른 이유가 뭔지 새겨봐야 한다. 기업들은 당장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해 선언적 수준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평균 70점대의 박한 평가를 내렸다.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한 노동개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이 주요7개국(G7) 가운데 지난 2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데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취임 이후 펼쳐온 강력한 노동개혁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영국이 지난 5년간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노동개혁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노동개혁 입법부터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도모한다며 의욕적으로 준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첫날부터 졸속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이 가전 등 값비싼 신제품을 폭탄 세일해 연간 소비의 20% 이상을 행사기간에 일으키는 것과 달리 우리는 제조업체를 제외한 유통업체만 참여해 평소 하던 정기세일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메르스 후유증을 딛고 겨우 살아나는 소비의 불씨를 살려나가려면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구조개혁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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