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구조차 제대로 획정 못하는 우리 정치수준

내년 4·13총선에 당장 적용해야 하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이 국회 제출 법정시한인 13일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날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회의 정치적 합의와 결단을 촉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라지만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라는 점에서 태생부터 한계가 있었다. 애초부터 구조적으로 정파적 이해충돌의 소지가 컸고 결국 여야 대리전에 나선 위원들 간의 합의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선거법상 국회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는 법정시한인 11월13일(총선일로부터 5개월 전)을 지킬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 있을 20대 총선도 소선거제가 도입된 지난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다섯 차례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총선을 한두 달 앞두고 진통 끝에 선거구를 확정하는 구태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선거구획정위는 그동안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국회 밖 설치로 변경하고 획정안을 국회가 수정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지만 무소용이 되고 말았다.

선거구획정안이 국회 제출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도 한심스럽다. 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아쉬움을 찾아보기 힘든데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축소한다는 기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를 받아들이면 비례대표 축소를 받겠다"는 식으로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마치 선거구획정위가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듯 앞으로 선거구 획정을 담당할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선거구 획정은 또다시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이번 총선 선거구 획정이 문제 된 것은 2014년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 지역이 광범위하고 지역별 이해의 차이도 크지만 민주국가의 기본인 헌법을 지키는 차원에서 현행 선거구제는 헌재 결정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입법권을 악용해 선거구 조정을 미루는 것은 가뜩이나 심각한 국민의 정치불신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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