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1조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자 주식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이재용식 주주친화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는 자사주를 활용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체제를 다질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주들의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다른 그룹들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주식시장이 저배당 성향 등으로 인해 다른 시장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29일 삼성전자가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하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30% 상승한 132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139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4일 140만원(종가 기준)을 기록한 후 최고치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는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환원정책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삼성전자의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이 부회장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로 삼성전자에 대한 주주환원정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단숨에 해소됐다"며 "이 부회장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주주환원정책은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국내 증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주주환원정책이 지속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 전체의 배당 성향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동력을 바탕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시장 투자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낮은 배당 성향도 해소되면서 수급 개선으로 인한 국내 증시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주 매입·소각과 더불어 향후 3년간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 환원에 활용하고 분기배당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254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순매수를 보인 것은 8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둔화돼 배당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 외국인들이 굳이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은 물론 분기배당까지 검토하고 있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상시 한국 시장에 머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국내 증시는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배당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을 기반으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받는 기업들의 낮은 배당 성향을 끌어올려 국내 증시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국내 기업의 평균 배당률은 1.6%로 은행의 1년 금리(1.56%)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배당률이 2%만 돼도 증시로 자금이 더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상·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