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고금리 문제는 최근에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고금리 정책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데 그 원인을 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축은행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행태들이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저축은행의 개별적인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즉 저축은행이 활동하는 금융환경을 분석해 원인을 찾아보는 포괄적인 관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소비자 금융시장은 저금리와 고금리 시장으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중금리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저축은행이 중금리 시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 존폐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존폐 여부를 생각하기 전에 저축은행이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금융산업의 시장환경과 정부정책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금융시장은 신용이 좋은 저금리 고객(신용등급: 1~3등급), 중금리 고객(신용등급: 4~6등급), 한 번 이상의 연체를 가지고 있는 고금리 고객(신용등급: 7등급 이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금리 고객의 특징은 연체경험은 없지만 과거 신용기록이 없거나 안정적 소득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신용도가 높은 저금리 고객에게 연체가 발생되면 중금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금리로 떨어지게 된다. 중금리에 대한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반대로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진입하는 경우에 있다. 연체경험으로 고금리에 속해 있었지만 최근 건전한 신용활동으로 중금리로 진입하고자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신용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신용등급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신용정보의 차단으로 모든 고금리 고객이 똑같이 보이기 때문에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대부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신용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므로 원래 고금리대 고객은 고금리를 받지만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진입하는 고객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버린다. 결국 신용정보 공유를 통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중금리 시장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 시설이 된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문제는 잘못된 서민금융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기형적인 서민 금융 시장환경이다. 저축은행과 경쟁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상품인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은 6~7등급 이하로 떨어져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민을 상대로 하는 금융 컨설턴트들은 보다 많은 혜택을 받기 위해 연체를 권장하고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니 당연한 혜택으로 여겨지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조정을 하거나 앞으로 새로운 서민금융정책이 실행되면 탕감받는 것도 기대할 수 있으니 갚을 필요가 없다고 독려하고 있다. 즉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중금리 고객으로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금리 고객층이 얇아지면서 고금리에 대한 연체율은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다.
결국 저축은행의 역할을 탓하기 전에 신용정보 공유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금리 고객층을 확보하면서 건전한 금융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서민들에게 빚을 권장하는 대출 형태가 아닌 최저생계보장을 위한 복지 차원의 무상 지원을 제공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지분 투자를 통해 실패했을 경우 빚에 허덕이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건전한 금융시장 환경으로 중금리 고객이 만들어진다면 저축은행도 시장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