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오피스텔 중개업을 하면서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우리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월세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거래 자료를 살펴보면 예전에는 전세의 홍수 속에서 드문드문 있던 월세가 이제는 전세보다 더 많이 보인다.
대출 이자는 10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줄어들었는데 월세 이율 하락세는 더디다. 이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제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는 분들도 꽤 많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월세가 확산되는 것이 집주인 입장에서 좋기만 할지는 의문이다.
아파트라는 높은 건물들이 대단지를 이루면서 지어진 모습은 아마 해외 어디를 여행하면서도 쉽게 보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주거 형태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면이 있다. 그나마 일본이 한국과 유사한 주거 형태를 가지고 있고 요즘은 중국에 대량으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집주인이 다세대 또는 빌라 최고층에 거주하며 집을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과 중국에서는 아파트조차도 대형 주택임대 관리업체가 집주인을 대행해서 관리하는 일이 흔하다. 왜 월세가 일상화된 저들 나라에서는 집주인이 아닌 대형 주거관리 업체들이 집을 관리할까.
집주인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의 세입자들은 전세제도에 길들여져 매우 착한 편이다. 입주할 때 알아서 도배와 장판을 바꾸는 등 집을 빌려만 주면 알아서 살아가기 때문에 편리하다. 하지만 최근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부딪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임대인들은 차라리 임차인 관리를 해주는 업체가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가끔 전한다.
월세가 더욱 확산되면 우리나라 임대인들도 다른 나라와 같이 업체들에 10개월 치 월세를 정률적으로 받고 관리에서는 손을 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정부에서도 '뉴스테이'라는 정책을 통해 이런 관리 형태가 통할지 미리 시험해보는 모습이 보인다. 뉴스테이 정책을 통해서 다가오는 월세 시대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주거관리정책 및 형태가 도출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