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9> 창업경진대회를 대하는 자세

'수상 = 사업성' 환상 깨라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

"저희는 ○○기관이 주관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팀입니다."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공식적인 대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사업계획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마저 날려버린 듯하다.

최근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펼쳐나가자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창업경진대회 같은 것을 개최하고 있다. 취지는 좋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선발하고 선발된 수상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성공적인 창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자신의 사업을 알릴 수 있고 잘되면 사업에 도움이 될 상금도 얻을 수 있다.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다만 경진대회 수상이 사업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자. 다음과 같은 이유다.

첫째 심사위원들이 참가 스타트업의 대상 고객이 아닌 경우가 많다. 20~3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있는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40대 남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발표를 잘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하자. 과연 시장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

둘째 수상자는 평가점수순으로 선정된다. 대회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때때로 사업성이 낮아 보이는 아이템이 많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평가표에 맞춰 점수를 매기는 것이고 주최 측은 점수를 취합해 순서에 따라 준비된 상을 준다. 수상자 가운데는 단지 점수가 높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 사업 아이디어는 사업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사업은 아이디어 자체보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이 있다.

함께할 팀원을 모으고 현금 흐름을 관리하며 목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판매에 나서야 한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변하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 관점에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기업 투자자들이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젊은 세대를 열광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70점대의 낮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멜로디가 약하고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다음 날부터 대중은 열광했다. 전문가는 전문가고 고객은 고객일 뿐이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고 목에 힘주지 말고 괜한 자신감에 사로잡히지 말자. 수상하지 못했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매일같이 창업자의 제품에 열광하는 고객들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최후의 승자는 고객에게 대상을 받는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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