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교육 되레 부추기는 '학생부 종합전형'

학생부 교과·비교과 관리 프로그램·소논문 작성 방법 등

학원가 중심으로 중학생 대상 '대입 변종 선행학습' 성행

'사교육 없이 잠재력·역량 갖춘 학생 선발' 취지와 어긋나

최근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대입 수시전형의 하나인 학생부 종합전형을 중학교 때부터 준비하도록 하는 이른바 '대입 선행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정시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학생부 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변종 선행학습으로,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치동의 한 학원은 예비 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중학교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고등학교 때 차별화된 학생부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학생부 종합전형 선행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을 유도했다.

이 학원은 기존 수학, 과학 등 교과목 보습에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커리큘럼을 새로 마련했다. 학원에 등록하면 교과 강사와 학생부를 담당하는 강사가 역할을 나눠 밀착 관리하고 학생부에 담임이 기입하는 세부 특기사항을 위해 담임과의 관계까지 조언한다.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과목에서의 토론, 경시대회 프로그램은 물론 학생부 교과, 비교과 관리 프로그램 등 커리큘럼 내 프로그램이 10여개에 이른다.

일부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학생들을 위한 '소논문(R&E) 작성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소논문은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하고 자기주도학습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강사들이 주제 선정, 자료수집, 보고서 작성까지의 방법을 가르쳐준다. 정규 과목에다 이들 프로그램까지 신청하면 월 200만원이 넘는다. 한 학부모는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대입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 신청했는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들지는 몰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학원들이 이처럼 중학교 때부터 학생부 종합전형 선행학습을 강조하는 것은 주요 대학이 수능 비중을 갈수록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강조되면서 비교과 활동 등이 잘 돼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앞으로 초중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의 프로그램 개발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에 사교육이 개입하면서 사교육 없이도 고등학교 생활에서 소질과 역량을 잘 개발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교육을 배제하고 학교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역시 사교육으로 철저히 준비한 아이들만이 합격하는 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행교육 금지법이 제정돼 있기는 하지만 민간영역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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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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