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북유럽 여신의 권능, 남자신에 버금갈 정도였죠."

10일 강동도서관서 열린 안인희 박사의 "북유럽 신화의 세계"에 60여명의 시민 참석<br>오페라·소설·영화·게임 등 다양한 문화상품의 소재로 살아나<br>수백년전 황당 스토리가 콘텐츠 산업으로부활한 비결에 공감

10일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북유럽신화의 세계’에서 안인희(사진)박사가 ‘여신들과 반지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BR><BR>10일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북유럽신화의 세계’에서 안인희(사진)박사가 ‘여신들과 반지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은 남자 신에게 버금갈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여신이 바로 사랑의 여신 프라야(Freyja)인데 북유럽 최고의 신인 오딘에게도 마법을 전수해 줄 정도였어요. 또 오딘에 이어 아홉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능력을 갖고 있는 여신이기도 하죠. 요즈음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표상이랍니다.”

지난 10일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안인희(사진) 박사의 고인돌 강좌 ‘북유럽신화의 세계’ 그 두번째 시간으로 ‘여신들과 반지 이야기’에 대한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늦은 7시에 열린 이날 강동도서관에는 50명의 시민들이 안 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빈자리 없이 세미나실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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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박사는 사랑의 여신 프라야에 이어 최고신 오딘의 아내인 신들의 어머니 프리크(Frigg), 신들의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마법의 사과를 관리하는 스카디(Skadi)여신, 지금의 스웨덴 지역의 땅을 파서 덴마크에 선물한 게프욘(Gefjon)여신 그리고 전사들의 운명을 가르는 발퀴레(Wakklkure) 등 북유럽신화의 대표적인 여신들의 이야기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들이 사후에 간다고 믿는 오딘 신의 궁전 발할에서 유령군대(아인헤리)를 훈련시키는 역할도 프라야가 맡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죠. 남성에게 의존적인 나약한 모습은 찾기 어려워요. 아인헤리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도 등장하죠? 북유럽신화에서 따 온 것이랍니다. 산악의 여신이자 스키어들을 보호한다고 믿는 스카디 여신은 스키가 생필품인 북유럽에서는 아주 중요한 존재인데요, 스칸디나비아라는 이름이 그녀에게서 유래했답니다.” 수강생들은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북유럽 신화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 때론 웃고 때론 질문도 하면서 낯선 세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듯 했다.

안 박사는 북유럽신화를 모태로 만든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바그너는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절대반지 이야기를 차용해서 신들과 거인과 난쟁이들 그리고 인간들의 운명이 한데 뒤얽힌 거대한 몰락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19세기에 작곡된 작품이지만 아직도 이야기의 줄거리와 전개방식이 상당히 공감이 가죠. 용을 죽인 영웅 지그프리트의 탄생으로 시작해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뢰크(최후의 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토리의 전개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입니다. 바그너 외에도 영국 소설가 톨킨의 대표작 ‘반지의 제왕’은 물론 요즈음 게임 속에도 북유럽 신화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게 적지 않아요.” 수강생들은 수백년 전 지구 반대편 북유럽인들이 믿었던 신화 속 인물들의 황당한 이야기가 오늘날 콘텐츠 산업에 어떻게 부활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귀를 쫑긋하며 맞장구를 쳤다. 60대 한 중년 여성은 “손자들이 즐기는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이 토르와 오딘이라는 것을 알고 말하면 ‘할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면서 좋아한다”면서 “손자들과 더 친해지는 것같아서 북유럽신화 공부가 더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전체 5차시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세계의 시작과 종말, 2강. 여신들 그리고 저주 받은 반지, 3강. 중세 기사들의 세계와 십자군, 4강. 슬픈 사랑의 주인공 트리스탄, 5강. 판타지와 현실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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