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토지보상금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위해 소유주 협의나 수용 절차를 거쳐 취득한 토지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등이 지급하는 돈이 토지보상금이다. 근거가 되는 법률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듯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실거래가격, 보상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작은 신도시 사업 하나에도 조 단위에 가까운 돈이 지급된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려나가는데다 이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일으키는 왜곡 현상이다. 2000년대 중반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 폭등 양상도 당시 추진됐던 판교와 파주, 행정복합도시, 아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서울 강남·목동 등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2004년 14조원, 2005년 15조원 등 30조원 가까운 돈이 풀렸다고 하니 당연히 이들 보상금이 쏠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토지보상금 지급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보상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상업용지 우선 구매권을 주는 예치제도와 현금 직접 보상 대신 채권이나 다른 땅을 대신 주는 환지(換地) 방식 등을 도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돈은 투자처를 찾아 다른 부동산을 기웃거렸고 이 때문에 개발사업 주변이나 인기 있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했다. 현 정부 들어 추진한 보금자리 주택도 결국 사업에 드는 막대한 토지보상금 때문에 기획의도와 달리 분양가를 마냥 내릴 수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달 중 인천 서운산업단지를 시작으로 고덕강일지구, 평택 현덕 지구 등 수도권 11개 사업지구의 토지 보상이 내년 2월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4조2,400억원의 돈이 풀리고 토지보상금 중 50% 정도는 인접 부동산 지역으로 투입된다고 하니 부동산 시장으로서는 호재다. 다만 이 돈이 과거처럼 혹여 또 다른 부동산 거품이라도 발생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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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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