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프장 직원 사고 소식에 자필 편지·사인 선물 드렸더니
생애 최고의 칭찬받아 '뭉클'
취미는 드론 날리기·나노블록… 블록 완성품 진열장에 가득
경기 없어도 술 입에도 안 대
생애 가장 큰 일탈 경험은… 휴대폰 끄고 하루 잠수 탄 것?
한미일 여자프로골프 투어 도합 8승. 이 가운데 US 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 우승만 5승. 전인지(21·하이트진로·사진)는 데뷔 3년째에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내년 미국 진출을 앞두고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개 부문(상금·다승·대상 포인트·평균타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출전을 앞둔 전인지를 29일 대회장인 경남 거제의 드비치골프클럽에서 만났다. 딱딱한 질문보다 아주 사소한 질문 18개로 '여대생' 전인지를 들여다봤다.
-요즘도 수학 문제를 가끔 푸나?(전인지는 초등학교 수학경시대회 대상 출신이다. 언니는 수학교사다.)
△아뇨. 시간 나면 드론(무인비행기) 날려요. 큰 것 1개, 작은 것 2개 있는데 지난주에 작은 것 1개가 나무에 걸려서 날개가 부러졌어요. 큰 것은 아껴뒀다가 연습 많이 한 다음 날려야죠.
-드론 말고 요즘 또 꽂혀 있는 게 있다면?
△나노블록. 집에 진열장이 있는데 한 층은 유명 건축물, 한 층은 동물 블록이에요. 셀 수도 없이 많아요.
-골프 말고 좋아하는 스포츠는?
△농구랑 아이스하키요. 정기 고연전 통해서 좋아하게 됐어요.(전인지는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2013학번이다.) 3년간 매번 대회 일정이랑 겹쳐서 직접 보진 못했는데 꼭 한 번 현장에서 응원해보고 싶네요.
-하루 동안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하루는 너무 짧아요. 어디 가보려고 해도 차에서 시간 다 가잖아요. 2박3일 주세요. 공기 좋은 곳 가서 쉬면서 잠도 푹 자고 그러고 싶어요.
-지금까지 해본 가장 큰 일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대폰 꺼놓고 '잠수' 탔던 것. 한 달 전이었어요. 머리 좀 비우고 싶어서 무작정 혼자 걸었죠. 저녁도 김밥집에서 혼자 먹고…. 근데 금방 쓸쓸해지더라고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죠, 뭐.
-시즌 뒤 계획은?
△오는 12월까지 대회 일정이 있고 내년 1월부터는 LPGA 투어 시즌 시작이라…. 미국 가서 흐지부지한 성적을 내긴 정말 싫어요. 부족했던 것 돌아보며 철저히 준비해야죠. 12월 대회 일정 끝나자마자 미국 팜스프링스로 날아가 체력훈련하고 다음엔 플로리다로 옮겨서 기술훈련하려고요.
-'내가 봐도 좀 예쁘다'라고 생각하는 때는?
△정말 없어요. 근데 이런 건 있죠. 팬분들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각도의 사진만 모아서 인터넷 팬카페에 올려주셨더라고요. 그것 보고 '아, 이렇게 하면 정면에서 찍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근데 지난주 우승 땐 트로피가 너무 무거워서 각도 신경도 못 썼네요.
-주량은?
△술은 전혀 안 해요. 입에도 안 대요. 프로암 행사 때 만찬 자리에서도 다들 배려해주시는 편이고요. 경기 잘해야 하니까 마시면 안 된다고.
-골프가 지긋지긋했던 기억도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는 아니고 좀 미웠던 적은 있어요. 올해 조금 유명해지면서 이런 게 유명세인가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골프가 좀 싫었어요. 곳곳에서 인터뷰나 각종 요청이 들어왔는데 몸이 하나라 다 응해드리지 못했던 거죠. 출전하는 대회 선택에 있어 주최사에 서운함을 드린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과정에서 저에 대해 사실과는 다른 말들도 나오고…. 괴로웠죠. 근데 '골프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정도로 사랑을 받았을까'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면서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인지의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게 있나?
△아직 골프에서 이루고 싶은 것도 다 이루지 못한 걸요. 정말 큰 목표 한 가지인데 얘기는 못해요. 이제 두 발 내디뎠을 뿐이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20대 초반인데 많은 것을 이뤘다. 서른이 되기 전에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운동선수라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학교생활을 좀 더 재밌게 즐기고 싶은데…. 학교 친구들이랑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고 휴대폰 메신저로 얘기는 하면서도 지키기는 힘들어요.
-많이 잘 땐 몇 시간까지 자봤나? 그 반대는?
△많이 잔 건 모르겠고 1시간밖에 못 잔 적은 있어요. 보통 대회가 끝난 일요일 밤에는 잠을 잘 못 이뤄요. 매주 대회 일정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어선지 쉬는 날 늦잠도 못 자겠더라고요.
-내가 들은 최고의 칭찬은?
△'당신은 내게 빛과 같은 존재다'라는 말이요. US 여자오픈 때 반딧불이의 무리를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빛과 희망이 돼야지'라고 다짐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죠. 골프장에서 일하던 어떤 분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으셨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서 자필편지랑 사인을 보내드렸더니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요. 영화관은 아니고 비행기에서.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는?
△TV를 아예 안 보는 스타일이라…. 요즘은 무한도전(MBC)은 시간 날 때마다 찾아봐요.
-내게 힘이 되는 노래는?
△노래는 안 듣는 편이라…. 연습할 때도 이어폰 절대 안 껴요.
-치명적 매력의 나쁜 남자와 나만 사랑해주는 자상한 남자 중 한 명을 고른다면?
△둘 다요!
-골프는 언제까지 할 계획인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이요.
/거제=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