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수지, "여류 명창보다는 순박하고 맑은 진채선이 되려 했어요"

[인터뷰]영화 ‘도리화가’ 속 여류 명창 진채선 연기한 배우 수지

사진=이호재기자.<BR><BR>사진=이호재기자.





복숭아꽃과 오얏꽃의 아름다움에 비유될 여성으로 그녀를 택한 건 더없이 적절해 보였다. 얼굴에 온통 숯 검댕을 묻히고 나와도, 상투를 틀고 코밑 가뭇하게 수염을 그려 넣어도 그 해사함이란 도무지 가려지지 않는다. 영화 ‘도리화가(桃李花歌)’에서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을 연기한 배수지(21·사진)의 이야기다. 수지는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예쁘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표현된 것 같아 기분 좋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판소리에 대해서는 “영화에서도 처음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설정이지만 초반 판소리 장면을 보니 너무 미숙하게 느껴져서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난 수개월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진채선이 되려 노력했던 수지를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민 첫사랑’ 수지의 두 번째 영화다. 영화를 택한 이유는.

▶시나리오가 좋았다. 침대에서 읽었는데 뭔가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었던 기억이 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캐릭터에도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감정이입이 잘 됐다. 특히 소리가 잘 안 되는 채선이가 털썩 주저앉아 울거나 속상해하거나 그런 감정들이 내가 가수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것과 너무 흡사해서 놀랐다. 이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실제 연기하면서도 옛 기억을 떠올려가며 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소리꾼이라는 역할이다. 판소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나는 채선이가 여류 명창이 된다는 지점보다 채선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끌렸다. 그래서 내가 (판소리를) 할 수 있겠다는 것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사실 실제로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다. 판소리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목도 너무 상했고 발성도 어려웠다. 하지만 극 중에서도 채선이는 계속 노력하고 성장한다. 채선이도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니깐 채선이처럼 열심히 하는 마음만은 계속 유지하자고 다짐했다.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 있다면.

▶폭우 속에서 밧줄로 몸을 묶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이게 가짜로 소리를 지르면 티가 나니깐 실제로 소리를 계속 질렀는데, 그렇게 몸을 지탱하고 소리를 지르면 뭐랄까 물구나무서고 있는 느낌이 든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어 정신이 어질어질한데 촬영을 10시간가량 했다. 나중에는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웃음).

◇극 중 신재효와의 감정이 애틋한데 구체적으로 사랑인지 존경인지 조금 헷갈리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지, 그리고 신재효 역할을 맡은 류승룡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채선이에게는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있었을 것 같다. 스승이고 자신을 처음으로 알아봐 준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존경이 가장 클 것 같고, 또 채선이가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인 만큼 아버지같이 느끼기도 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사랑도 분명 있었다. 스승님을 원망하면서 쳐다보는 것도 사랑이 있으니깐 밉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계속 쳐다보게 되고. 존경을 우선해야 하는 스승이기에 그 사랑을 쉽사리 내비치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기에 더 애절해지지 않았나 싶다.

스승님과는-수지는 배우 류승룡을 언급하며 ‘스승님’이라는 칭호를 자주 썼다.- 정말 스승과 제자처럼 지냈던 것 같다. 뭔가를 내가 하면 언제나 스승님이 눈으로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아서 정말 의지가 많이 됐고 든든했다. 스승님에게 잘했다 소리를 들으면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 현장에서도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선배님과 첫날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신재효’라고 바로 저장을 했다.

배우 수지/이호재기자.<BR><BR><span class=''><div style='text-align: center;max-width: 336px;margin: 0 auto;'><div id='div-gpt-ad-1566459419837-0'><script>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566459419837-0'); });</script></div></div></span><br>배우 수지/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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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이에 많이 끌렸다고 하는데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나.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다른 점도 있는데 채선이는 얼굴에 감정이 다 티 나는데 나는 안 나는 편이다. 덧붙여 말해 ‘도리화가’는 판소리를 다룬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의 목표는 그냥 채선이가 되는 것이었다. 실제 채선이 분장을 하고 나면 걸음걸이랑 말투도 달라지고 좀 더 순박하고 바보같이 행동하게 됐던 것 같다. 채선이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자는 느낌으로 역할에 녹아들었다.

◇판소리를 배운 게 가수(미스에이) 활동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랬던 것 같다. 예컨대 JYP 발성이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하는데 나는 공기 쪽에 가깝다(웃음). 근데 판소리는 하다 보니 발성 자체가 좀 더 크고 웅장하고 그래서인지 소리 쪽에 힘을 많이 주게 되더라. 원래 보컬 디렉션을 받으면 ‘소리를 좀 더 크게 해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공기 조금만 넣자”는 지적을 받아서 나도 놀랬다.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서 틈나는 대로 판소리를 더 해볼까 한다.

◇‘국민 첫사랑’으로 오래 군림(?)했는데 그 수식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수식어를 얻을 수 있을까.

▶좋은 말인데 내가 넘어서야 하는 단어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검댕을 잔뜩 묻히고 나오는데 그런 걸 신경 쓰게 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이미지 때문에 붙은 수식어니깐 그에 부응하기보다는 깨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큰 것 같다. 내게는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첫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흥행 배우가 됐는데, 사실 이번 영화에서야 진짜 자신의 티켓파워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담은 없나.

▶약간 생긴 것 같다. 감독님이랑은 몇 번 얘기했는데,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그리고 흥행이 돼야 하겠지만(웃음),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작품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채선이가 성장한 것처럼 저도 한 단계 성장하게끔 한 영화가 이번 ‘도리화가’다. 그 마음을 관객분들이 전달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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