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무인자동차를 만들 때는 자동차기업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통신, 인터넷 등 수많은 분야의 업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힘을 합쳐야 한다. 앞으로 삼성-네이버 등 이종기업들이 협업하는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조성해줄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융합 과정에서 창출되는 연구개발(R&D) 수요에 정부 지원을 늘리거나 기업간 협의체 조성을 주도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업 간 ‘이종교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우리 산업계가 이대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중-일 분업구조가 약해지는 것을 비춰봤을 때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제조한 뒤 제3국에 수출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일본의 역할을 대신해 부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며 수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부품 국내 조달률을 높이며 이 같은 분업구조가 깨지고 있다. 완제품 면에서도 우리는 가격은 일본에 치이고 기술력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지난 2008년 2.7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줄었다.
정부는 전 세계 무역구조가 재편되는 글로벌 벨류체인(가치사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성장동력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스마트 카, 사물인터넷(IoT) 등 올해 3월 선정한 19대 미래성장동력에 정책금융 지원을 늘린다. 현재 연간 48조원인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관련산업 대출, 출자금을 50조원으로 2조원 확대한다. 세금혜택도 준다. 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대상을 현재 11개 분야 63개 기술에서 조정,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6월에는 19대 미래성장동력 중 지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지원사업 구조도 개편할 계획이다.
기존에 있던 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추려내 고도화한다. R&D, 디자인, 경영 분야의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년 6월 내놓을 예정이다. 공장 등 생산시설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를 결합해 단순히 제품을 찍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다. 한국의 고임금, 해외시장과의 스킨십 필요성 등으로 일부 기업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후방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중소기업 전용 해외 산업단지를 개발한다. 정 차관보는 “중소기업이 해외 공장 설립을 혼자서 추진하면 복잡한 절차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며 “LH를 통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어려움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뉴욕, 중국 상하이 등 벤처 진출 유망지역에 ‘해외벤처복합단지’도 조성한다. 벤처기업의 입주공간을 마련하고 집중 보육을 제공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