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로서 ‘오네긴’ 이상의 은퇴작은 없을 겁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30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공연, 그 아쉬운 무대는 ‘오네긴’과 함께 한다.
강수진(사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내년 7월 22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를 앞두고 오는 6~8일 국내에서 먼저 고별 무대를 선보인다.
오네긴은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으로,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강 단장은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내한 공연 당시 배역에 깊게 몰입한 나머지 오열하며 막을 내려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긴 바 있다.
강 단장은 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96년 처음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을 맡았는데, 공연 때마다 내 마음을 빼앗아 가는 작품이었다”며 “하면 할수록 배울 것이 많은 이 작품으로 은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내게는 큰 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오네긴은 그가 발레리나로서 한국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공연이다. 은퇴 후 무대에 설 계획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엔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1986년 19세에 한국인 최초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후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활약해 왔다. 1999년엔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로 뽑혔고, 2007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50년 역사상 단 4명에게만 주어진 ‘캄머 탠처린(궁중 무용가)’에 선정됐다.
쉼 없이 달려왔기에 아쉬움은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고, 할 수 있는 만큼 연습했어요. 제 나이도 곧 50세인데, 이 정도면 (무용수로서)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늘 최선을 다했다는 강수진.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지내며 아름답고 실력 있는 많은 무용수를 만났다”며 “바톤은 좋은 때에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마지막이 아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은퇴 공연은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성원해 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자리”라며 “관객과 호흡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물하겠다”고 전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선사하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마지막 무대는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