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전미 경제학회] 美와 정반대 목소리 낸 IMF환율정책…신흥국에 면죄부 주나

'외환시장 개입·자본규제 정책 사용' 권고 나선 IMF

"환율개입 세계경제에 도움"

자국 채권 팔아 환율 낮추는 불태화 정책까지 제시 눈길

美 의식 "개인 의견" 선그었지만 신흥국-美 공방 더 치열해질 듯

4면 사이드 사진
존 테일러(왼쪽부터) 스탠퍼드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미 경제, 여기서 어디로'라는 세션에서 도미닉 살바토르 포햄대 교수의 개막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최형욱기자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인사들은 경쟁적으로 신흥국의 외환 시장 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이들은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IMF 내부에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금리정책이 주기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만큼 환율 방어벽이 필요하다는 신흥국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비판하던 IMF의 자세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IMF "환율 개입으로 정책 딜레마 벗어나야"=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3일(현지시간)은 물론 4일에도 신흥국의 외환 개입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블랑샤르 연구위원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신용거품과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가 후퇴하고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처지에 빠져 있다"며 "외환 시장 개입으로 이런 정책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이 해외 채권을 매입해 (달러 매각) 환율을 낮추는 대신 자국 채권을 매각하는(자국 통화 환수) 불태화(sterilization) 정책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면서도 통화 공급량을 유지해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통제 방안이다. 실현 가능하면 자본 유입 규모를 직접 제한할 수 있고 환율 영향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부작용 때문에 자본통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기준금리가 마지막 환율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랑샤르 연구위원은 "외환 시장 개입과 기준금리가 자본규제보다 더 선호할 만한 수단이지만 정책 조합은 외국인 자금의 성격, 기준금리 수준, 경기 상황, 자산 가격 등 해당국의 사정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버그 IMF 부이사도 "투자, 성장 촉진을 위해 체계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할 경우 국가 간, 산업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하락하면 무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고용과 이익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해 5월에도 미국 입장과는 정반대로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환율정책 측면에서 점차 신흥국 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환율 안정, 글로벌 경제에도 도움"=이처럼 IMF가 신흥국의 환율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신흥국 간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간 두 차례의 '환율보고서' 등을 통해 걸핏하면 아시아 등 교역 상대국들이 수출 증대와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도 시장 개입이 목적이라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반면 신흥국은 미국이 환율전쟁의 주범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14년에는 라구람 라잔 인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면전에 "미국의 천문학적인 돈 풀기로 신흥국 경제와 글로벌 공조가 위협 받고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커졌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연차총회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환율 개입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안톤 코리넥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인위적으로 시장 가격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면 환율 개입은 글로벌 경제가 균형을 맞추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보유액 축적, 경상수지 개선 등은 효율적인 시장 개입의 사례"라며 "특히 시장 불안정에 환율 요동의 위험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자본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에는 지안루카 베니그노 런던정경대 교수가 "위기 때 환율 부양 정책은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조너선 히스코트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자본통제는 무역 상대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당 국가의 성장을 개선시키지만 국제적 협력만 이뤄진다면 유용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샌프란시스코=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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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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