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출한국] "인도인,가격대비 효과 클 때만 지갑 열어 외국기업 향한 뿌리깊은 반감도 유념해야"

란지빗 싱 삼성전자 印법인 CMO가 말하는 현지 공략법

"인도인들은 누구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합니다. 이런 인도 시장의 특성을 간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하던 영업방식을 고수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12월 만난 란지빗 싱(사진) 삼성전자 인도법인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인도 시장의 특징을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약 60년 동안 빈곤기를 보냈기 때문에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을 때만 지갑을 여는 소비습관이 유별날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인도에 최적화된 삼성전자 제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애벌빨래가 가능한 '액티브워시' 세탁기. 싱 CMO는 "먼지가 많은 인도에서는 항상 화장실에서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 후 발코니에 있는 세탁기로 빨랫감을 가져와 세탁한다"며 "이를 간편화하기 위해 통돌이 세탁기에 두 개의 공간을 두고 애벌빨래 공간에서 손빨래를 한 후 바로 세탁기를 돌릴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도 변화를 줬다. 채식주의자가 많아 냉동실이 쓰일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면 냉동실이 냉장실로 바뀌어 냉장공간을 확보한 제품을 내놓았다. 싱 CMO는 "깐깐한 인도인의 구미에 맞출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공장만 짓고 연구개발(R&D)센터는 본국에 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인도에만 3개의 R&D센터를 설립했다.

싱 CMO는 인도인들이 외국 기업에 특유의 반감을 갖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민지 경험에다 인도에서 이익만 챙겨 달아나는 다국적 기업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KOTRA 격인 일본의 제트로(JETRO)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는 3~5년이 걸리지만 인도에서는 5~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현지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싱 CMO는 "삼성전자는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는 '스마트 스쿨'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며 "현재 200개의 학교가 운영 중인데 내년 3월까지 200개가 더 생길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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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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