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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정열의 아이콘 '메조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의 메조(mezzo)는 '반' 또는 '중간' 이라는 뜻이다. 메조 소프라노는 여성의 가장 높은 음역인 소프라노와 가장 낮은 음역인 콘트랄토(알토) 사이의 음역을 뜻한다.

수많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메조 소프라노의 성격은 크게 3가지로 나눌수 있다. 메소 소프라노 콜로라투라(mezzo soprano coloratura) - 복잡한 장식음이나 스케일을 정확한 기교로 노래하는 매우 화려한 음색의 메조 소프라노를 가리킨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며 현란한 장식음, 트릴 등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배역으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신데렐라'의 타이틀 롤 등이 있다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mezzo soprano lirico) - 음역은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와 거의 동일하다. 음색이 내우 감성적이고 매끄럽다 흔히 '리릭 메조'라고 불린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역(바지역 : 여성이 남성 역할을 하는 배역), 요한 스트라우스 '박쥐' 중 오를롭스키 공작(바지역) 등이며 비제 '카르멘' 의 타이틀 롤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mezzo soprano drammatico) - 격정과 분노, 고통과 절망과 같은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무겁고 어두운 빛깔의 음색이다. 그 배역은 주로 어머니, 노파, 마녀 그리고 악역이 대부분이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에 자주 등장하는데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돈 카를로'의 에볼리, '아이다'의 암네리스, 바그너 '로엔그린'의 오르트루트, 새상스 '삼손과 데릴라' 중 데릴라, 그리고 가장 유명한 비제 '카르멘'의 타이틀 롤이다

메조 소프라노의 많은 배역들은 매우 진취적이고 정열적이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가짜 눈물까지 흘려가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사랑을 쟁취한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오페라 비제의 카르멘은 그 대표적인 예이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케루비노, 베르디 돈 카를로의 에볼리, 베르디의 아이다의 암네리스 등. 수많은 배역들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사랑 앞에 자신을 불태우는 정열적인 배역들이다. 오페라에서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을 가로막는 역할은 바리톤의 전유물이 아닌 메조 소프라노의 주요 배역중 하나이기도 한것이다

메조 소프라노 하면 필자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다. 필자가 대학시절 아그네스 발차가 부르는 카르멘을 영상으로 접하고 그녀의 매력에 푹~빠져 지금까지도 카르멘과 아그네스 발차를 거의 동일시하는 개념이 남아 있을 정도니 당시 학생이었던 필자의 눈과 귀로 느낀 아그네스 발차의 음성과 연기는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4년 생으로 아직 생존에 있는 그녀에 대해 가수로나 한 인간으로서 어떤 결론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아그네스 발차'라는 이름은 적어도 필자에게는 오페라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메조 소프라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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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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