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애니엔 언어 뛰어넘는 힘 있죠"

디즈니 픽사 첫 '동양인 연출자' 한국계 피터 손

"영어 못하던 한국인 어머니도 덤보 보며 몰입… 그래서 도전"

니모·인크레더블 등 작업 참여

입사 15년차 베테랑 애니메이터 첫 연출작 '굿 다이노' 들고 방한

디즈니·픽사 최초 동양인 감독, 피터 손 내한
/=연합뉴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뉴욕으로 이민 온 어머니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셔서 시간이 날 때면 저를 데리고 극장에 가셨어요.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셨어요. 제가 매번 설명을 해드려도 영화 내용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셨죠. 그런데 딱 하나 제가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기 코끼리 덤보'였어요. 완전히 몰입한 어머니의 모습에 제 가슴이 뜨거워졌죠. 애니메이션에는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단한 힘이 있구나.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디즈니·픽사의 최초의 동양인이자 한국계 연출자인 피터 손(사진) 감독은 자신이 애니메이션에 빠져들게 된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오는 7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통산 열여섯 번째 작품 '굿 다이노'의 감독으로 4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 이민자 가정의 아이로 자라온 자신의 성장 배경과 애니메이터로의 경력, 곧 개봉할 '굿 다이노'의 제작 과정과 장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

픽사 입사 15년 차인 손 감독은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월-E' 등 여러 작품의 스토리·아트 부서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라따뚜이' '몬스터대학교' 등에서는 목소리 연기를 맡아 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재주꾼의 면모를 보였다. 그의 첫 연출작 '굿 다이노'는 만약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이 지구를 피해 갔다면 어떨까 하는 가설 아래 소극적이고 신중한 공룡인 알로와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온 야생 인간 꼬마인 스팟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드라마다. 인간이 중심이 돼 동물과 교감한다는 일반적 도식과 달리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알로가 동물처럼 움직이는 스팟을 길들여 간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감독은 "공룡은 소년처럼 보이게, 스팟은 강아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캐릭터 디자인의 관건이었다"며 "또 자연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야생 꼬마 스팟을 통해 자연이 얼마나 존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지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이가 하던 연출을 이어받았기에 상당히 시간 압박이 컸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스토리를 최우선 순위로 둠으로써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사가 별로 없는 작품인 만큼 품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달할까 세심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의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재형 애니메이터도 함께했다. 그는 픽사에서 '인사이드 아웃'을 비롯해 '라따두이' '업' '토이 스토리3' 등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의사도 좋았지만 즐기면서 일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고민이 많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픽사에서 실제로 일을 해본 경험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경쟁도 치열하고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지만 주변에 뛰어난 사람이 너무 많아 그저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본받을 사람이 너무 많다"며 "직장 의사소통 체계가 수평적인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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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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