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 IT 스타트업 '고난의 시대'

WSJ "몸값 지나치게 고평가

뚜렷한 실적없어 잇단 투자 보류

올핸 자금조달에 어려움 겪을 것"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며 풍족한 시절을 보냈던 중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올해는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중국 IT 기업들은 고성장 기대감을 업고 비교적 수월하게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이렇다 할 실적도 없고 실제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앞으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이 중국 IT 스타트업의 몸값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들이 향후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대감이 곧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올 한해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IT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웃돌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 뮤추얼펀드인 피델리티블루칩그로스펀드는 지난해 11월 중국 소셜커머스 '메이투언'의 기업가치를 20% 이상 상향하고 이달 150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를 투자했다. 반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 중국판 우버인 '디디콰이디'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2월 60억달러에서 9월께는 160억달러로 뛰어오르는 등 투자자들은 중국 IT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전폭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 IT 스타트업에 유입된 투자금도 지난해 총 600억달러로 전년의 139억달러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현금 소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투자자들이 좀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아울러 중국 증권당국이 지난해 IT 기업들의 상장을 잠정 중단한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샤오미와 디디콰이디 등 중국 스타트업에 46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리처드 지 올스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공공시장에서의 큰 변화는 후반기에 접어든 벤처투자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고평가 분위기가 누그러지면서 중국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변심과 투자환경 악화로 스타트업들은 앞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지출을 줄이고 경쟁사와의 합병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인수합병(M&A) 책임자 제러미 초이는 "최근 6~9개월간 고평가 분위기가 사그라지고 있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항상 고평가를 받으며 큰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추세는 스타트업 간 M&A를 부추기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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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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