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죄 지은자' 카인의 시선으로 신의 존재를 묻다

'눈먼 자들의 도시' 작가 사라마구

생전 마지막 작품 '카인' 출간

카인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을 꾸짖는 여호와에게 카인은 이렇게 답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카인(해냄 펴냄)'은 구약성경 창세기 4장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인간의 죄와 회개를 말할 때 거론되는 '죄 지은 자' 카인의 눈을 통해 신의 존재를 되묻는 작품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로 잘 알려진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주제 사라마구는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낸 작품 '카인'을 통해 카인의 죄를 정당화하지는 않지만, 카인이 죄를 짓게 된 이유를 추적하면서 하나님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카인의 시선에서 볼 때 하나님은 항상 너그럽지도 자애롭지 않다. 감사의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재물을 바치지만, 여호와는 동생 아벨만의 재물을 받는다. 동생을 죽인 카인 앞에 나타난 여호와는 카인의 재물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험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뿐이다.

이밖에 아들을 희생양으로 바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아브라함이 받아들이는 모습. 시나이라고 불리는 산 기슭에 모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다가 그 죄로 죽임을 당한 사건 등 카인의 눈에 여호와는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에게 가혹하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구약성서를 저자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계적 거장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의문과 하나님의 논리를 편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국 굴지 시사교양지 '뉴요커'는 "불경스럽게도 구약성경을 개작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수다스러운 작가 특유의 서술로 구약성경 속 하나님의 논리에 허를 찌른다"고 극찬했다.



관련기사



박성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