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완만한 저유가' 기조 호재로 작용… 공장 풀가동… 올해도 실적잔치 예약

■ 새해 웃음짓는 정유·유화

싼 기름값에 수요 증가… 정제 마진 개선 이어져

글로벌 석화 공급 과잉 축소… 국내 기업 반사 이익 휘파람

"올해가 마지막 호황될 듯… 근본적 체질개선 필요" 지적도


저유가에 울던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가 연초부터 저유가로 웃고 있다. 지난 2014년 적자의 주범은 저유가였지만 요즘처럼 완만한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오히려 호재다. 각사마다 공장을 완전 가동하며 호황을 만끽하는 모양새다. 수요증가, 공급과잉 축소에 따른 마진 개선이 더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잔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호황이 마지막"이라는 위기론은 여전하다.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95% 이상으로 사실상 완전가동되고 있다. 2014년 유가급락으로 가동률이 70% 수준까지 떨어졌던 데 비하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기보수 일정까지 단축해가며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정유 업계는 지난해 총 5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의 마진(최종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금액)은 최근 톤당 600달러대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이익급증을 점치고 있다. 유진증권은 한화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70% 이상 늘어난 3,900억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 약 3,500억원이었던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가 동시에 호황을 누리게 된 배경에는 저유가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2014년의 경우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대에서 4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비싼 원료를 사다가 싼값에 최종 제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완만한 저유가 기조가 유지됐다. 기름값이 저렴해지면서 오히려 수요가 증가했고 이는 정유사의 이익을 결정짓는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이 원유수출 재개를 결정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중동 산유국들이 더 싼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등 호재도 더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해 쓰는 원유는 중동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다.

석유화학 업계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원료다. 전반적인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에틸렌 가격 모두 비교적 떨어지고 있지만 요즘처럼 에틸렌보다 나프타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하면 석화 업체의 이익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이 일부 완화된 것도 석유화학 업계의 호황에 기여했다. 한화케미칼 측은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최근 3~4년간 유화업계가 증설을 포기했다"며 "지난해와 올해는 공급이 살짝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좋은 실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 모두 올해 말을 호황의 끝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호황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다시 유가가 오르고 공급이 늘기 전에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마쳐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배터리, 태양광, 고부가 화학제품 등 각사가 신사업 육성에 매달리는 것도 호황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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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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