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전미경제학회] "외자유입 '노다지 시대' 역풍 맞는 신흥국…위기 시작에 불과"(4면

세계 석학들 경고 쏟아져

외자유출·中경기둔화·원자재값 하락 등 복합 리스크

신흥국 경제거품 키운 외국인자금 금융위기 뇌관 우려

자본유입 구조 다변화 등 국가별 충격 최소화 나서야

전미경제학회 노벨상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 유니언 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 오찬' 모임에서 2014년 수상자인 장 티롤(가운데) 프랑스 툴루즈1대학 교수의 연설을 2013년 수상자이자 전미경제학회 회장인 로버트 실러(오른쪽 세번째) 예일대 교수 등이 듣고 있다. /사진=최형욱기자

"세계 경제는 아직 경기 둔화의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신흥국에 대한 반복적인 성장 전망 하향 조정은 신흥국 경기 둔화가 일시적이 아닌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카우시크 바수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과거 신흥국은 외국인 자본 유입의 보난자(bonanza·노다지) 시기를 겪었습니다. 이제는 거꾸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가부도와 은행위기, 통화가치 추락 등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카르멘 라인하르트 하버드대 교수)

새벽 벽두부터 중국발 위기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구원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석학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특히 신흥국은 외국인 자금 유출,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복합 리스크로 금융위기 가능성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카우시크 바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신흥시장이 성장 침체에 직면했는가'라는 세션 토론에서 "올해 신흥국은 국제무역 둔화, 외국인 자본 유입의 갑작스런 정지나 유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인도를 제외할 경우 5년 연속 성장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인내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이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같은 위기에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심각한 글로벌 리스크가 진행 중임을 감안해 가능한 한 빨리 성장촉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중국 경제가 취약하고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 모델을 전환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줄고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미국도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신흥국 경제가 나아질 이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과거 신흥국 경제의 거품을 키우더니 이번에는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돌변했다는 우려가 속출했다. 또 다른 세션에서 카르멘 라인하르트 교수는 "지난 200년간 모든 주요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자본 유입의 결과물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맞물릴 때 파장이 더 컸다"며 "자본 유입의 보난자는 신흥국에 축복이 아니며 선진국 경제마저 성장·인플레이션·경상수지 등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위안화 가치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신흥국 통화가치의 동반 폭락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티시 고시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도 "1980년대 이래 외부의 대형 충격이 신흥국에 미친 152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는 금융위기로 끝났고 이 가운데 절반은 성장붕괴나 급감을 겪었다"며 "자본 유입의 서든 스톱(갑작스런 정지)이 발생한 탓"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에 글로벌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경고도 나온다. 각자도생으로 몰린 신흥국들이 경쟁적으로 미 국채 등 안전자산을 축적하면서 일부 국가는 달러 부족으로 위기에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리카르도 카발레로 MIT 교수는 "통화가치 절하, 즉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은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특정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많으면 글로벌 경기는 더 하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 공조가 어려운 만큼 신흥국이 각자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으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고시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외부 위기 때 외환보유액이 많고 외국인직접투자(FDI) 형태로 해외 자금을 유치한 국가는 충격을 덜 받았다"며 "신흥국은 환율 고평가를 피하고 (장단기 등) 자본 유입의 구조를 다변화하는 한편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흥국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금융위기로부터 점진적으로 회복 중"이라며 "특히 중국·인도의 성장률은 최근 둔화에도 세계 경제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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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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