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한 중국 증시발 쇼크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중국 사태 여파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증시 불안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이 증시 하락세를 촉발했고 미국 증시에까지 일시적 충격을 줬다"면서도 "중국이 미국 경제 자체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 나타나는 중국 증시의 변동성은 금융 시장의 본성"이라며 "중국과 달리 미국 경제 기반은 매우 튼튼하다"고 덧붙였다. 메스터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파' 인사로 기준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고 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중국 사태가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중국의 증시 급락에 불안해 하지 않는다"며 "증시 부진은 중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내수 중심 성장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어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중국과 달리 양호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올해 3~5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지부장을 지냈던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선임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며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 급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위기는 곧 글로벌 금융 시장 혼란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9월 기준금리 인상이 무산됐을 때 연준은 8월 발생한 중국의 증시 폭락을 금리 인상을 미루는 이유로 꼽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당시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