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담뱃값 인상 1년…흡연율 찔끔 줄고 정부 배만 불렸다

세수 3조5,600억 더 걷혀… 전망치보다 7,000억↑

흡연율은 5.8%P 감소 그쳐 '건강 위해 인상' 무색

소비자물가는 0.58%P 끌어올려 디플레 우려 덜어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단행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는 약했고 세수는 기대 이상으로 걷혔다. 정부로서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동시에 디플레이션 우려도 덜어낸 셈이지만 서민증세가 수치로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반출량은 약 31억7,000만갑으로 지난 2014년(45억갑)보다 29.6%(13억3,000만갑)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서 정부가 지난해 거둬들인 세수는 10조5,3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조5,608억원(51.3%)이 증가했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전망했던 것보다 3억1,000만갑 더 팔린 데 따른 것이다. 세수증가도 예측했던 2조8,547억원보다 7,000억원이 더 쌓이게 됐다. 담배 세수 계산을 하는 반출량은 담배 제조업체가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납부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신고하는 수량으로 공장이나 창고에서 얼마나 나갔는지를 나타낸다.

정부는 세수가 더 걷힌 것과 관련,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4년 9월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담뱃값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만으로 8%포인트 정도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성인남성 흡연율은 최근 1년간 5.8%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금연효과가 약했던 만큼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는 정부 주장이 궁색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담뱃값의 인상이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는 정부가 인상 폭을 결정할 때 세수를 더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담배가격이 4,500원보다 낮을 때는 가격 인상이 세수 증대로 이어지지만 4,500원을 넘어서면 (금연자가 크게 늘어) 총 세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역시 올해 담배 반출량을 34억6,000만갑으로 높여 잡아 금연효과가 제한적일 것임을 암시했다.

담뱃값 인상은 지난해 소비자 물가를 0.58% 끌어 올려 정부의 디플레이션에 대한 근심을 덜어주는 역할도 했다. 물가상승률 하락은 '기업 매출감소→기업 투자 부진→일자리 감소→가계소득 감소→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생긴 세수 증가분은 지방재정·국고·건강증진부담금으로 세 등분해 나눠 납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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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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